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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의 탐조등] 의료 상품화의 진실

기사입력 : 2013년06월24일 09:52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8

의료와 관련해서는 오해들이 많다. 생명과 직결된다는 두려움이 이 분야에서의 변화를 특별히 더 두려워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큰 오해 중 하나가 의료가 산업화하면 의료의 상품화가 초래되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소위 의료 민영화라는 것을 반대하는 중요한 논리 가운데 하나도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주장이다. 의료에 시장의 논리에 들어온다고 해서 의료상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의료 상품화는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린다. 상품화란 소비자의 선택권이 작동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소비자는 좋은 치료를 싸게 누리고 싶어한다. 그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병원과 의사들은 더 좋은 치료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화가 진행되다 보면 의사들이 짜증을 낼 정도로 가격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현실이 필자의 이 논리를 입증해 준다.

상품화가 이루어진 대표적 의료상품, 라식 수술과 임플란트 수술의 가격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각해 보라.

2013년 현재 라식 수술의 평균 가격은 100만원~120만원 정도이다. 10여 년 전에는 두배가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의료광고 규제가 허용되면서 병원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본격적인 상품화도 진행되었다. 그 결과는 가격 파괴였다. 개원의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려서 60~80만원 하는 곳도 생겼고 심지어는 39만원으로 세일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병원들이 알아서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임플란트 역시 상품화로 인해 가격 하락이 진행되어 왔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300만원을 내야만 시술이 가능했었지만 네트워크 치과의 등장으로 치과들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이 90만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면 병원 또는의사들 사이의 경쟁이 일어나 가격은 낮아진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부실시술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영악한 소비자들은 결국 값도 싸면서 질도 높은 병원과 의사를 구별해내기 마련이다. 의료의 상품화라는 것이 소비자를 위해 이익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는 투자개방형 병원이 등장하면 가격 하락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사실 모든 개원의들이 영리를 위한 진료를 하는 상황에서 특별리 영리병원 논쟁을 벌리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으면서 소위 영리병원이라고 비난받는 그 병원은 의사가 아닌 일반투자자의 투자를 허용하는 병원일 뿐이다. 그래서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말이 맞다.)

투자개방형 병원들은 병원시설과 연구개발에 대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고 그 덕분에 기존 병원들에 비해서 진료의 품질은 높이고, 진료비 단가는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생산 댓수가 많아야 자동차의 품질도 높아지고, 원가도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도의 암치료 및 심장수술 전문인 나라야나 병원 같은 곳은 좋은 사례이다. 투자개방형인 이 병원은  대규모의 투자와 기업적 혁신을 통해서 의료비를 혁신적으로 낮추었고, 그 결과 저소득층에게도 질 좋은 암치료, 심장수술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투자개방형 병원의 주주들이 이익을 ‘빼내갈’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의료비가 높아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주식회사는 다 배당을 할 수 있지만, 배당을 한다고 기업의 원가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배당을 안정되게 할수록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더 많은 투자를 불러와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개원의들은 모두 자기가 벌어들인 이익을 ‘빼’다가 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라식수술이나 임플란트 가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투자개방형 병원에서 이루어질 배당도 똑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싸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개방형 병원 때문은 아니다. 미국에는 비영리병원의 진료비도 우리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는 영리 비영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의료체계의 다른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소비자의 선택권 작동하면 소비자들은 이익을 보게 된다. 의료의 산업화, 의료의 상품화라는 것도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권과 의사들의 경쟁을 뜻한다면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과 높은 의료의 질이라는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1988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2003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2012년 3월 9년간 해오던 자유기업원장직을 떠나서 지금은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  그 밖에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이념분과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정호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령 래퍼이기도 하다.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김박사와 시인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2011년 1월에는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라는 음반을 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김문겸 중소기업호민관과 같이 동반성장을 주제로 하는 랩배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제목은 We Can Do It! 2012년 10월과 11월에는 대학로 갈갈이홀에서 <기호 0번 박후보>라는 시사 코미디에 래퍼이자 강연자로 출연했다.

 「비즈니스 마인드 셋」,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 「누가 소비자를 가두는가」, 「땅은 사유재산이다」,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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