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새 지지세력 확보와 기존 지지기반 유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 사상 초유의 중의원 선거 무효 판결에도 아베 정권이 선거구 조정을 머뭇거리고 있는 데는 정치 경제적 함의가 숨어 있다고 31일 자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주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작년 12월 중의원 선거가 선거구별 유권자 수의 현격한 격차를 무시하고 치러진 것은 위헌이라고 변호사들이 낸 소송에서 히로시마 선거구 두 곳 및 오카야마 제2선거구의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논란의 초점은 의원 1명당 유권자 수가 선거구별로 달라 유권자 '1표의 격차'가 최대 2.43배나 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2011년 3월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중의원 선거구별 유권자 수 격차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음에도 지난해 12월 선거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선거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아베 총리로서는 지지기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 지역의 선거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자칫 자민당의 텃밭을 내어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히게 된 것.
많은 일본인들이 아베 총리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에 참가하기로 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던 것도 이와 같은 사실에 기인한다. 아베 총리가 농촌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TPP 문제를 덮어두는 것을 내심 바랬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TPP 교섭 참가에 대해 아베 총리가 기존 지지기반을 버린다기보다는 새로운 지지기반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시골지역 유권자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농촌 지역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였던 선거 무효 판결과 TPP가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GRIPS)의 혼다 마사토시 정치과학자는 "자민당(LDP)은 농부와 생산자들의 당이었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의 당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자민당은 선거구 조정이 인구 통계학적 변화의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왔다.
이에 대해 FT는 자민당이 새로운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자 하지만 지지 기반의 이점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