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대출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금융기관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회생 줄까지 쥐다보니 내부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이 나서고 있지만 손실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하는 각 기관 간 이해의 폭까지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금융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채권단 내부의 파열음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도 계속 울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주요 채권단을 불러 의견을 모으고 워크아웃의 물꼬는 텃지만 구체적인 회생방안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당장 쌍용건설의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한 출자전환 문제는 채권단 내부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1조5000여억원의 부채 중 무담보채권 3000여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자본잠식은 해소된다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채권은행들은 감자 등의 선행과제를 두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며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실사 결과가 나와야 출자전환 규모나 신규자금 지원 여부 등의 방안이 논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수 있는데 손실부담을 키우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자전환 등 경영정상화계획이 늦어지면 쌍용건설의 상장폐지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 내부 의견충돌은 당분간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이 상장을 유지하려면 수정감사보고서 제출일인 다음달 1일 이전에 출자전환 계획이나 신규자금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쌍용건설 채권단이 이제 막 시작되는 불협화음이라면 금호산업은 장기간 갈등구도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 양상은 좀더 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전 주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 간 비협약채권 처리 문제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사안은 우리은행이 지난달 금호산업의 특수목적회사(SPC) 아시아나사이공에 빌려준 590억원을 돌려받겠다며 금호산업의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중재에 나서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일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기망한다"며 '법적조치 불사'까지 거론하자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가압류를 해제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갈등은 봉합되는 듯 보였지만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사이공플라자에서 나오는 수익을 더 많이 배분해 달라며 채권단을 여전히 압박 중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호산업의 부천 중동 리첸시아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가 결국 주채권은행 지위 변경이라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의반 타의반 재무개선을 위해 팔을 걷은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채권단 곳곳의 갈등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의 경우는 시공능력 평가순위 10위부터 100위까지 무려 21개사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어 경영정상화 과정의 채권단 갈등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해운시황 악화로 줄줄이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조선업계에서도 채권단 갈등은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성동조선, SPP조선 등의 경영정상화를 두고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의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최근 대한해운 매각작업 불발에도 채권단 내부의 반대의견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