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일각에서는 새 정부를 염두에 둔 한국적 경영(?)이 아니겠느냐는 '동정론'도 자리하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연초부터 ‘할인전쟁’을 적극 펼치고 있다. 내수경기 위축이 지속되면서 매출부진이 고착화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는 지난 연말 대선을 기점으로 주요 생필품값을 잇따라 올렸다. 올들어서는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가격이 올랐고 장류, 김치, 소주 등도 일제히 인상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공백기를 틈탄 ‘기습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기류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반전의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첫 민생 챙기기 과제로 '서민물가' 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비재를 다루는 유통·식품업체들로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대형마트·편의점 “싸게 사세요"
대형마트 3사는 지난달 말부터 가격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3월 한 달 내내 생활필수품을 연중 최저가에 판매하겠다며 우선 1차 행사로 지난달 28일부터 3월 7일까지 2200여종, 1000억원 상당의 생필품을 최대 63% 저렴하게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10년전 전단가격 그대로’라는 슬로건으로 할인에 나섰다. 1000여개 주요 생필품을 지난 1일부터 10년전 전단에 기재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한 달간 1000여개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모든 점포에서 진행한다.
대형마트 업계는 “매월 실적도 부진한데다 협력업체들도 재고가 쌓이고 있어 이를 털어내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열띤 할인행사를 펼치며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다. GS25는 매달 300~400여가지 상품을 행사상품으로 선정하고 1+1, 2+1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달에는 가공우유, 요구르트, 라면 등 인기상품 총 326종에 대해 1+1, 2+1 덤증정 행사를 벌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덤 증정 같은 할인행사를 하면 매출이 30~40% 가량 확연히 늘어나기 때문에 톡톡히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 식품값 "도미노 인상, 도미노 인하"
CJ제일제당은 지난 4일 설탕값을 4~6% 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민물가 안정 및 가공식품 업체의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설탕 출고가를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물가안정’정책방향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삼립식품은 지난달 21일 빵제품 66종에 대해 가격을 올린 사실이 5일 알려지자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가격인상을 철회했다.
삼립식품은 당초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내부적으로 감내해왔으나 영업이익률이 1.5%로 한계에 부딪혀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정적 여론이 일자 이날 오후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부응하기로 했다"며 가격인상을 전격 철회했다. 물가안정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를 의식하면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업체들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상당수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일부 업체들은 급감한 영업이익률로 고전을 겪고 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각종 원자재값 상승으로 원가부담 압박이 큰 상태”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대선 직후 주요 식품업체들과 주류 업체들은 선두업체를 필두로 생필품 가격을 집중적으로 인상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니겠나”는 인식이 많았다. MB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관리하겠다며 물가를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새 정부도 최근 식품업체들과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 “물가인상을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런 현상이 소비자들에게는 혼란과 불안 등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식품업체가 ‘숨바꼭질’하는듯한 행태가 재연되자 식품값이 오를 때는 한꺼번에 폭발하듯 덩달아 올라 소비자로서는 당혹스럽기 때문이다.
주부 박 모씨(37살)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