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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으로 여는 세상] 철학과와 포항제철

기사입력 : 2013년03월04일 13:20

최종수정 : 2013년05월23일 15:38

-만약에 철학자라면 (피터 월리 지음. 이세진 옮김. 행성: B잎새 출판)

 

개천에서도 용이 나던 시절의, 웃자는 이야기다.

첩첩 산중 마을 역사 이래 최고의 천재 길동이가 서울대 철학과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돼지를 잡아 마을 잔치를 열었다. 잔치에 참석하신 동네 노인께서 덕담을 하신다. ‘그럼 그럼, 철학과가 최고지. 아, 철이 얼매나 중요허냐고. 쟁기도 철이요, 삽질도 철인디. 쇠 없으면 농사고 뭐고 암껏도 못혀. 인자 포항제철은 따 논 당상일세.’ 

그런데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사람도 상품도 인문학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드디어 우리가 실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노인의 덕담은 무식이 아닌 유식으로 반전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해 말이 많지만 ‘글쓰기’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교육열과 방법론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때문에 하버드 대학 입학을 위해 내는 고등학생들의 에세이 수준이 장난이 아니란다. 물론 이 때의 글쓰기 훈련에는 독서와 토론이 당연히 동반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공자, 맹자,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칸트 등 철학자들의 이름이나마 제대로 접하게 되었다. 그나마 사지선답 형 시험을 위해 ‘맹자=성선설, 순자=성악설, 소크라테스=너 자신을 알라, 영국 베이컨=경험론, 대륙 데카르트=합리론’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었지 ‘철학을 배운’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교양과목으로 ‘철학개론’을 들었던 것이 철학 공부로는 전부였고,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을 배우는 것’을 넘어 ‘철학을 하는 것’에 대한 교육 지침서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말이다.

당연히 우리나라가 아닌 영국 상황이다.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철학을 하게’ 할 것인지를 피터 월리가 10년 동안 만 5세에서 13세의 아이들에게 철학을 하게 하면서 얻은 실전 경험을 아주 세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아이들이 철학을 재미있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키우고 싶은 우리나라 부모, 아이들에게 철학 수업을 해보고 싶은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딱 좋은 책이다.

교육 지침서라고 하니 ‘목적, 시간, 성과, 문제점’을 표로 만들어 놓은 딱딱한 책이라고 오해하면 진짜 오해다.

1부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철학을 탐구하게 할 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발언권을 가진 학생에게 공을 주어라. 이 때 너무 통통 튀는 공은 주의력을 분산시키므로 부드러운 공이 좋다. 가장 어려운 것이 선생님이 발언을 참는 것이다. 선생님에게 철학 수업은 자아를 억누르는 연습이다’고 할 만큼 섬세하다.

2부는 더 재미있다. 철학적 사유에 빠져보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읽힐만한 가치와 수준을 제공한다. 관념론을 탐구하게 하는 ‘소행성의 의자’, 존재를 고민하게 하는 ‘개미는 왜 살까’, 플라톤의 ‘국가’를 관통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알아보기 위한 ‘공화국 섬’과 ‘기게스의 반지’ (저자는 정의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어려우므로 공정함으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승자와 패자가 공존공생의 (정의로운) 사회를 토론하게 하는 ‘개구리와 전갈’ 등 모두 25 개의 이야기 꾸러미가 나온다. 

이야기들은 단순 창작이 아니라 유명한 철학자들이 철학적 사고 실험에서 실재로 동원했던 것들이 모태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피스트, 플라톤, 소크라테스, 스튜어트 밀, 롤스, 토마스 홉스, 칸트 등 서양철학사에서 봉우리를 이루는 철학자들은 다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철학을 왜 가르쳐야 할까? 이 책의 답은 ‘규칙적인 철함 탐구는 문제 해결 능력,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이스트렌프루셔 심리학센터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던디 대학교에서도 철학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지능지수(IQ)가 평균 6,5점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이다.

이 책에 따르면 플라톤은 ‘철학은 의문에서 시작된다’고 했고, 영국의 만 9세 아이는 ‘철학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보는 것’이라 한다. ‘아이들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토론의 장, 결과보다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이 중요함을 가르치는 것이 철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철학에는 답이 없을 때도 있고, 답이 될 수 있는 건 잔뜩 있는데 무엇이 정답인지 모를 때도 있다’는 것이 존볼 초등학교 1학년 루이셤의 맞장구다.

아쉽다! ‘길을 걷다가 오백 원을 주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슬쩍 가진다. 2)경찰서에 신고한다. 3)그대로 둔다 4)부모님께 드린다’ 가 어렸을 때 기억나는 철학적 교육의 전부였던 것 같다. 그래서 사족으로 한 번 더 반복하건대 ‘철학적 사유에 빠져보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읽힐만한 가치와 수준을 제공하는 책’이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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