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접대골프는 좀 그렇다. 5시간 이상 동반자의 기분을 살피며 라운드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필드에 나가면 풀어지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풀린다. 친구들과 라운드는 그래서 즐겁다. 스코어는 뭐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남자들이란 다 똑같다. 지위에 상관없다. 한번 풀어지면 지위고 뮈고 없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다 똑같아지는 것과 같다. 골프가 매너와 에티켓을 중시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친구끼리 라운드하면서 주고받는 농담까지 뭐라하긴 좀 그렇다.
골프장에 나오면 말장난을 유난히 좋아하는 골퍼들이 있다. 평소 매너 좋기로 소문난 골퍼가 더 ‘밝히는’ 경우도 있다.

모 기업체 P 전무가 딱 그런 스타일이다. 캐디가 (클럽) 몇 번 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P 전무는 기다렸다는 듯이 “뭘 몇 번씩이나 줄려고 그래. 라운드 끝나고 한 번만 줘”라며 캐디를 무안하게 만든다.
그린에서도 캐디가 “사장님, (깃대) 좀 빼주실래요”하면 P 전무는 “빼긴 뭘 빼.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라며 싫지 않은 농담을 던진다.
그린에서 P전무 퍼팅 차례가 됐다. 이번에도 캐디가 “사장님, 이번에는 한 번에 넣어주세요”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P전무가 아니다. “누가 그럴 몰라서 못 넣나. 나이가 먹으니 한 번에 잘 안 돼. 언니, 무슨 방법 좀 없나?”
“사장님, 잘 들어가게 (볼)을 닦아 드렸잖아요.” “에이 닦으면 더 안 들어가지.”
이렇게 캐디와 P전무는 계속해서 같은 걸 달리 말하는 바람에 동반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P전무의 ‘개그’는 18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캐디가 “사장님, (스트로크)가 너무 커서 안 들어갔어요”라고 말하자 P전무는 “아니 내 꺼 크지 않은데. 내 ‘물건’ 보지도 않고 크다고 하면 안 되지”라며 캐디가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한다.
가만히 보니 P전무는 항상 카트 앞자리에 않아 운전하는 캐디에게 툭하면 ‘세워’달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