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뱅가드가 아니다. 성장률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뉴스핌=정경환 기자] 미국 증시가 5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세계 증시가 새해들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나홀로' 역주행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 들어 이날까지 4% 가량 하락했다. 개장 첫날 2030대까지 치고올라간 것을 제외하고는 연일 흘러내리고 있다.
반면, 글로벌 주요 증시는 전반적인 상승세다. 아시아권에서는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 1.6%, 중국 상해종합지수 3.5% 오른 것을 비롯해 대만과 홍콩도 각각 0.3%, 0.15%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28일까지 다우지수가 3.4%, 나스닥 0.14% 그리고 S&P500지수는 2.5% 올랐다. 유럽에서도 영국 4.4%, 프랑스 1.2%, 독일 0.7% 그리고 러시아 3.7% 등이 모두 상승했다.
한국증시의 이 같은 약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환율 여건이 좋지 못한 것을 꼽았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에 나선데 이어 일본까지 '프린트 이코노미'에 돌입하자 달러화, 엔화 등 주요 통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원화는 한때 1050원선까지 강해졌다. 이로인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 수출주들이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여기에 '뱅가드 효과'로 대표되는 수급 악화도 한 몫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들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부양책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22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전월의 69억1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2억달러(7.2%) 감소한 탓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회복세다.
이에 더해 최근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로 하향 조정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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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증권 |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마케팅 세미나 결과 해외투자가들은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며 "이는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 일본 등 다른 투자대상국들에 비해 경기부양책의 강도 및 성장률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국증시의 디커플링이 계속되는 상황으로, 원화 강세가 이유로 제기되고 있지만, 유로화 강세가 나타나는 유럽증시는 상승하고 있다"며 "환율때문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 대 주식으로 비교하면 한국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나, 미국과 일본 모두 제로금리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채권 대비 주식의 저평가 수준을 심화시켰다고 판단이다.
김 팀장은 "각국의 채권 대비 주식의 저평가 정도를 비교하면 미국, 일본, 한국이 일드갭의 차이가 없다"며 "게다가 한국 이익 하향조정 가능성을 고려하면 저평가 매력이 더욱 약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하강 위험에 맞서 긴축완화 속도를 높이는 등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일환으로 신속한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신정부의 부동산 시장정상화 움직임에 따르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유동성이 국내증시에서 이탈하고 있고, 국제 유동성은 풍부하나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 기대감은 국내 유동성의 이탈을 완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