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369억 달러. 2010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원전 수주(187억 달러)처럼 이례적 사례를 빼면 사상 최대다. 우리는 인력과 기술력만 제공할 뿐 모두 오일머니(oil money)의 힘에 의지해 짓는다.
그런데 최근 2008년 금융위기가 바꿔 놓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로 대한민국 금융의 중동수출문이 열렸다.
금융감독원 해외협력팀 홍길 팀장은 “금융위기로 유럽과 미국자본이 중동 사업을 축소하면서 우리에게 그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라고 있다”면서 “대형 프로젝트는 위험이 커 오일머니만으로 할 수 없어서 공동 펀딩(fund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 팀장은 또 “아프리카 가스 원유 개발을 같이 하자는데 현지 실무진과의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 중동은 두 번째 교역 대상, 제조업 현지 진출로 금융수요 증가 전망
이 같은 상황변화는 우리나라 은행에는 해외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늘릴 좋은 기회다. 2008년 3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 8건으로 늘어나는 등 조짐도 좋다.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 덕분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 중동 경제전문지 미드(MEED•Middle East Economic Digest)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중동 지역 발주 계획은 2538억 달러로 올해보다 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우리 건설업계의 수주와 해외 PF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조업의 중동 진출이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GCC 경제권과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1127억 달러로 중국(2206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총 수출입 규모의 10.4%를 차지하며 일본(10%)과 미국(9.3%)을 앞질렀다. 주로 원유를 수입하고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등의 제조업 상품을 수출하는 구조다.
이런 교역 구조는 우리 중소기업이 GCC 경제권의 공단에 입주하면서 현지 생산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UAE 아부다비 상공회의소와 한국 중소기업 전용공단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정책금융공사는 중동 국부펀드와 3000억원대의 공동 펀드를 만들어 우리 중소기업을 지원키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도시에 사는 사람이 치과에 다니면 의료 재료가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공장 설립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UAE 원전에서 보듯 우리가 만든 플랜트는 지속해서 우리 국책은행과 금융거래를 해야 하므로 금융수요가 발생한다”면서 “현지 진출 기업들의 금융수요를 미리 파악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형 프로젝트 금융주선, 경험·금리 경쟁서 밀려 실패”
하지만 현재 중동과의 금융 교역은 초라하다. 중동 자금의 우리나라 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동지역 외화차입은 7억9000만 달러로 전체 차입의 0.6%에 불과하다. 주식투자 잔액은 240억 달러로 전체의 6.6%, 채권투자 잔액은 2억7000만 달러로 전체의 0.3%에 그친다. 직접투자(FDI)는 600만 달러로 전체의 0.1%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금융주선을 하기 위해서는 30년 가까이 되는 장기 금융을 낮은 금리로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은행은 경험, 규모, 금리 경쟁에서 선진 금융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다.
현지 정부와 장관급 협력 TF를 만들고 한-중동 플랜트펀드를 조성하며 중동자금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PF 참여 활성화를 꾀하고 연기금 및 정책금융공사의 참여와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늘려 자금지원 여력을 늘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