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은행 여신담당 실무자들이 한차례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느슨한 가이드라인 구상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하우스푸어 문제를 당국내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금융위원회와, 공개적으로 방안을 모색하려는 금융감독원간 이견 탓에 시중은행들은 양 기관 눈치만 보는 실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은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두 곳. 우리은행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 신탁 후 재임대) 상품 출시를 준비중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의 상품 약관심사를 통과하고 이달 말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주택 소유자가 소유권을 갖으면서 관리와 처분 권한은 은행에 넘겨주는 개념. 10% 이상의 고금리 연체이자와 원금상환 부담을 벗어나 대출자가 신탁기간(3~5년) 동안 연 4%대의 임대료만 내는 구조다. 물론 신탁기간이 끝나거나 임대료를 일정기간 내지않으면 은행은 해당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15일부터 '주택힐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주택담보대출자 중 연체중이거나 최근 6개월간 연체한 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나 상환조건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
특히 최대 3년까지 연 2% 이자만 내고 나머지는 유예해 1년내 집을 팔아 갚도록 하는 것이 특징. 대상자 폭이 1만4000명 남짓으로 우리은행보다 많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같은 대책에 대해 실효성을 의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수혜 대상자가 불과 700여명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실제 신청자 수는 수십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수혜 대상자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품을 출시하는 우리은행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건이 제한적이다보니 신청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며 "하우스푸어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판단, 신청자는 적더라도 이게 성공하면 차츰 대상자를 넓혀나가지 않겠냐"고 답했다.
신한은행의 주택힐링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중은행 한 여신 관계자는 "1년동안 이자 일부를 유예해주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1년내 부동산시장이 좋아져 집을 매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의미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1년 후에도 정상화 기미가 없으면 일반관리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1년이후 3개월 시간을 주고 갚지 못하면 경매조치와 채권추심 절차에 착수한다는 것. 결국 하우스푸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여타 시중은행들 역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KB국민은행 여신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여타 은행대비 워낙 커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하우스푸어대책을 포함해 다양한 각도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시스템리스크까지 가진 않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여유가 있어 개별채무자별로 도와주는 프리워크아웃쪽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은행들이 앞다퉈 설익은 대책을 내놓다보니 국민은행도 당국과 업계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어 대책발표에 대한 부담은 있다. 이에 조만간 수혜 대상자를 넓히는 방안을 만들어 하우스푸어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국민은행 측은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아직 하우스푸어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따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여기에 맞춰 대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답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형들(금융위와 금감원)조차 미묘한 신경전과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뭘 얼마나 적극 추진할 수 있겠냐"며 "지금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한 은행권 속내는 그저 눈치보면서 얻어맞지 않는 정도의 모양새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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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