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 검정색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최고경영자가 청중을 향해 무대 위에 섰다. 무대 곳곳을 이리저리 누비며 청중들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자신 회사의 신제품을 설명한다. 때로는 쇼파에 편하게 앉아 좌담회를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준비된 원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최고 경영자의 신제품 설명을 듣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앞다퉈 줄을 선다.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생전 모습이다.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그는 이런 프리젠테이션(PT) 방식을 즐겼다. 세계 어느 기업의 최고 경영자도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충격이자, 애플과 잡스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도 대중과의 교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무용 책상과 원형의 회의탁자를 벗어나 신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런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직접 무대 위에 올라 신제품을 설명하며 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무대 뒤에 숨어서 제품 담당자들을 앞세우던 과거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가전박람회 ‘IFA2012’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려졌다.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한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날 신 사장의 프리젠테이션 컨셉은 ‘매직쇼’였다. 행사 진행요원들이 모두 마술사 복장으로 통일했고, 진행자들은 무대에서 수차례 카드 마술 등을 선보이며 청중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현장의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등장한 신 사장은 과거의 정장 스타일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노타이의 비즈니스 캐주얼을 갖춰 입었다.
당시 독일 IFA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기자도 작은 탄성을 숨길수 없었다. 엄숙하고 딱딱한 권위주의적 CEO가 아니라 자신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정성들여 설명하는 친절한 감성의 CEO모습을 봤기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 사장은 영어에 능숙하기 때문에 리허설을 오래하지 않고도 PT를 자연스럽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담당 사장의 IFA 2012 프레스 컨퍼런스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흰색 바지에 짙은 갈색 재킷을 입고 갈색 뿔테 안경을 썼다.
“가전을 잘 팔려면 주부님들께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사실 이런 신 사장과 윤 사장의 모습은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다. 드레스 코드부터 말투까지 전문 기획 인력들을 통해서 효과를 극적이고 극대화할 수 있는 수일 간의 조율로 탄생됐다. 이들이 IFA2012에서 무대 위에 등장하기까지 당일 리허설은 물론 하루 3~4시간씩 연습을 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제품 발표에 있어 뮤지컬이나 연극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국제 PT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문경영인들 못지 않게 젊은 오너들도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얼마전 열린 계열사 진에어 취항 4주년 행사에서 청바지와 검정재킷으로 등장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젊은 층과의 소통에 효과만점임은 물론이다.
기업설명회(IR)에서 회사의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설명하는 것 보다는 회사의 CEO가 자신감있게 참석자들과 소통할때 그 기업의 진정성은 더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나 최고 경영자들의 프리젠테이션은 기업과 고객, 대중과의 소통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보인다"면서 "열정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공신력까지 더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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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