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살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형님 한분이 있다. 사회에서 알게 돼 무척 친하게 지낸다. 이 사람은 성실한 탓에 노년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정도의 부도 축적했다.
먹고 살만해 졌는데 꼭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개나 소나 다 한다’는 골프를 못한 게 바로 그것. 아직 골프도 안하고 뭐 했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자 골프를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다.

품위 유지를 위해 주위의 권유를 핑계로 못이기는 척 골프클럽을 잡았다. 힘은 장사였다. 사실 처음에는 힘으로 밀어 붙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골프가 제대로 안되니 자존심이 상했다.
‘걍 휘두르면 될 줄 알았는데...’하면서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짜장면 시켜 먹으며 죽어라 볼을 쳤다. 손바닥이 부르터 세수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놈의 골프는 늘지 않았다.
연습장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통했던 그 형님은 최후 수단으로 세미프로였던 레슨프로를 PGA프로로 바꿨다. 그런데 이번엔 프로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뚝하면 필드에 나갔다고 하고, 점심 먹으러 갔다하고... 프로 얼굴보기가 힘들다보니 그나마 배운 기본기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프로는 가르쳐 주는 시늉만 낸다. 어쩌다 한 개가 제대로 맞으면 박수나 치며 ‘굿샷’만 연발한다. 그것도 뒤에 서서. 그리곤 또 사라진다.
그나마 밥이라도 한 끼 사고 나면 간간이 뒤통수를 보인다. 저녁에 소주라도 한 잔 하고 나면 한 30분쯤 신경을 써 가르쳐준다. 그 약발이 떨어지면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져 또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다.
무엇을 하든 져보고 포기해 본적이 없는 형님. 늙으막에 복병을 만난 셈이다. 그 놈의 품위 유지와 신분 업그레이드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매달릴 것은 연습장에서 아름아름 알게 된 한량들뿐이었다. 사실 연습장 생활이 몇 개월 되면 볼이야 뜨든 말든 주변에서 놔두질 않는다. 흔히들 그만하면 나가도 된다고 필드행을 부추긴다. 연습장에서 백날 해야 소용없다며 꼬드긴다. 라운드를 해야 골프가 뭔지를 안다고 바람을 잡는다.
단순한 형님, 이 말에 머리를 올렸다. 골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전에 교육을 받은 것도 없고 뭘 준비하는지도 몰랐다. 몇 홀은 동반자들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이후부터는 자기네들끼리 내기를 한답시고 거들떠보지도 않더란다.
심지어 캐디까지 초보인 듯 소 닭쳐다보듯이 눈만 멀뚱거렸다. 허허벌판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걸 끝까지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됐다.
그런데 “고수들 하고 치면 재미없다”며 우리끼리 치자며 이번엔 형님보다 한 두달 먼저 골프클럽을 잡은 100타도 못 깬 초보들이 바람을 넣었다.
골프장에 끌러 나간 형님, 첫 홀부터 자신들이 친 타수도 계산이 안 되는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바람에 또 골프클럽을 놓을 뻔했다.
이 형님, 입문 3년 만에 뜨는 볼과 굴러가는 볼이 반반정도는 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골프의 맛을 알기 시작한 이 형님, 어렵게 골프를 배운 만큼 보기만 몇 개해도 밥을 사는 기분파다.
하지만 라운드 중 동반자가 ‘짜장면 시키신 분’ 치세요하면 바로 초보로 돌아간다. 짜장면의 ‘짜’자만 나와도 경기(驚氣)를 일으킨다. 그래서 짜장면도 죽어라 싫어한다. 아니 중국집 자체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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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