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자사주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을 주의하라."
증권업계에 자사주 경보가 발동했다. 경기 둔화로 인해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잇따라 내다 팔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자사주 매각 소식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가 부양 목적으로 사들였던 자사주가 증시 침체기에 폭탄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자사주 매각을 공시한 기업은 22개사 이른다. 매각 사유는 상당 부분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나 임원 상여 지급용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8개 기업은 운전자금 확보, 재무건전성 강화, 자본 효율성 제고를 사유로 밝혔다.
이같이 운전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자사주 매각을 결의한 기업은 올 1월 3개사에 불과했으나 2월부터 4월까지 각각 12개사, 13개사, 12개사로 늘었다. 5월과 6월 각각 4개사, 6개사로 줄었으나 이달들어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자사주를 매각하는 기업들은 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소기업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가 최대 관심사지만 은행 대출 및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자금난 해소를 위해 주가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자사주를 매각해야하는 처지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6조3824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0.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업 전체의 대출 잔액이 3.8% 증가한 것에 비해 1/5 수준에 불과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상장사들이 증권시장에서 직접 조달한 금액은 66조11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조6136억원보다 10.2% 감소했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도 28조9493억원으로 지난해 32조1851억원보다 10.1% 감소했다. 그나마 발행된 회사채 중 99.9%는 대기업이 발행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발행비중은 0.1%로 250억원에 그쳤다.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기업들 탐방을 가보면 영업도 잘 안되고 이로인해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며 "기업들이 어지간하면 자사주는 안건들려고 하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것"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주가도 안 좋은 때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사주를 팔아야하는 이유는 한가지 뿐"이라며 기업들의 자금 상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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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