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플레이는 천천히, 이동은 빨리.’ 이는 골프가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늑장플레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골프의 적은 바로 늑장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재미교포 나상욱(29)이 늑장플레이 때문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그냥 우승이 아니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나상욱은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의 늑장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다. 그의 늑장플레이는 습관화 돼 있었다. 골프를 처음부터 잘못 배운 것이다. 그도 플레이가 남보다 좀 늦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자신도 모르게 왜글(waggle 클럽헤드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고 그의 늑장플레이가 벌타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동반선수나 PGA투어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늑장플레이다.
하지만 갤러리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갤러리들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폭발했다. 플레이를 빨리 하라며 야유를 보냈다. 우승을 다투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갤러리들의 야유까지 받아야 하니 강심장이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어드레스를 취하고 시간을 끌면 ‘방아쇠를 당겨라’며 소리를 치니 어찌 제대로 샷을 할 수 있었겠는가. 또 왜글을 하면 갤러리들이 하나, 둘...하며 숫자를 세고 있으니 그것으로 ‘게임 오버’였다.
나상욱은 갤러리 때문에 우승을 놓쳐 분통이 터질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장갑을 벗어 볼과 함께 갤러리들에게 던져 줬다. 갤러리가 아닌 자신의 잘못으로 우승을 놓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또 패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나상욱은 “꼭 늑장플레이 습관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보다 더 값진 교훈을 얻은 듯 보였다. 누구나 인정하는 우승이 진정한 우승이다. 그래서 페어플레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우승에 토를 달면 그 우승의 의미는 퇴색된다.
나상욱이 다음엔 야유가 아닌 박수를 받으며 메이저대회에서 꼭 우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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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