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에선 '상저하고' 전망 수정 준비 중
[뉴스핌=문형민 기자]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수렴 후 확산'이라는 기술적 분석 용어가 입길에 많이 올랐다.
5일, 20일, 60일, 120일, 200일 등 장단기 이동평균선이 1820선 주위로 모여들었기 떄문이다. 통상 이런 현상이 나타난 후에는 위든 아래든 방향을 결정한 후 쏠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시장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4조원 초반대로 축소돼 코스닥시장에 역전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극도의 관망세였다.
시장 전문가들도 어느 방향으로 갈 지 확신하지 못했다. 아래쪽이라면 전저점인 1750선까지, 위쪽이라면 박스권 상단인 1950을 뚫을 것이라는 2가지 가능성을 얘기할 뿐이었다.

애매하던 시장이 지난 17일 시장을 기점으로 위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S&P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9개국에 이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등급을 낮췄음에도 유럽증시가 반등하고, 코스피도 1.8% 오르며 1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0.48%, 60.01포인트 오른 1만 2482.07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가장 억눌렸던 금융업종이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형 은행주와 증권주가 포함된 금융업종지수가 3.93% 뛰어올랐다. 지난해 10월 6일 4.47% 상승한 이후 약 100일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신한지주 7.35%, KB금융 5.31%, 우리금융 6.92%, 하나금융 5.96% 등 대형 은행주들이 일제히 5% 이상 급등했다.
금융업종은 그동안 규제 강화와 유럽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0.6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랬던 금융업종이 한풀이를 하듯 뛰어오른 것이다.
18일 시장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랠리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말 '상저하고'로 발표했던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수정할 준비도 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우선 S&P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9개국에 이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등급을 낮췄음에도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도 총 6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국채를 전월보다 낮아진 금리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EFSF 역시 이날 15억 유로 규모의 182일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앞으로 그리스 디폴트, 이탈리아 국채 만기도래, 은행 자본확충 등 확인해야할 사안들이 남아있으나 극단적인 상황이 발행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4월에 집중된 유럽 국채만기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며 "유럽문제는 벌써 3~4년을 끌고있지만 주가 레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이 관건으로 봤으나 지난해 12월 시작된 LTRO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탈리아 국채발행도 시장 신뢰를 얻으면 부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유럽 악재가 정점을 지난다면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시장에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경기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 8.7%를 상회하는 8.9%로 발표됐다. 수출 둔화가 완만해지고, 민간 소비지출이 견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정부의 지준율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여기에 수급도 받쳐주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 연속 1조 5000억원, 기관투자자는 7거래일 연속 1조원 가량을 각각 순매수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악재에 대한 내성이 많이 쌓였다"며 "섹터별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며 박스권을 상향 이동시키는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팀장은 "지금은 예의주시하면서도 떨어지면 사야되는 시점"이라며 "머뭇거리다 200~300포인트 상승하는 것을 지켜봐야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스권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수익률을 나타냈던 경기방어주, 중소형주에서 경기민감주, 대형주로 갈아타야한다는 권유도 나왔다.
다만 김정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중기 하락추세선을 돌파했지만 상승추세전환은 아니다"며 "거래량과 양봉의 길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직은 적극적인 매수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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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