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최후의 원대한 계획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돌파구'라고 칭해지며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일각에는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이 단일 통화권 구제를 위해 나설 수 있는 구원자라 여기는 분위기가 잔존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이 휩싸인 불안감을 해소시킬 근본적 해결책으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영국을 제외한 EU 26개국 정상들은 재정규율을 강화하는 새로운 안정성장협약에 동참할 의지를 보였다. 이는 지난 1960년 유럽연합이 출범한 이후 예산정책에 대한 국가의 주권을 이양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에 꼽힌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에 2000억 유로를 추가 제공함으로써 재정 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대한 지원에 사용키로 했다. 5000억 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도 내년 초 출범시킨다는 데 합의를 이뤘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채권금리 상승은 소폭 완화되는 효과를 보였다.
◆ 2% 부족한 근본적 '치유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기다리는 또 하나의 주요 '뉴스'는 ECB의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든 모습이다.
스코틀랜드 로얄뱅크의 자크 카일록스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현재 ECB가 부채국가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할 여지가 남겨져 있는지 여부"라며 "전일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적어도' 정치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향후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도이체방크AG의 토마스 메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도자들은 현재 회계 지배구조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종점에 두고 있지만 갈 길이 매우 멀다"며 "단기적으로 더 강화된 긴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ECB에 의한 개입을 더 촉진시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춰봤을 때 이날 EU정상들이 재정규율 강화에는 성공했지만 ECB의 역할론 및 '유로본드' 등에 대한 독일의 완강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소사이어티 제네럴의 제임스 닉슨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지도자들이 단지 과도한 부채와 열세로부터 유로존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잘못되고 제한된 신념으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사실 성장과 충분한 명목적 소득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국가의 능력 부족은 적어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의 위험이 남아 있어 유럽이 이대로 글로벌 시장에 산더미같은 부채가 축적되는 것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며 노화될 경우 채무가 위험자산으로 취급되게 됨으로써 더 큰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지도자들이 회담을 통해 새로운 재정연합 조약 추진이 합의된 데 대해 "보다 엄격한 재정 규정을 향한 일보 전진"이라는 평가를 내린 마리오 드라기 총재. 그는 여전히 시장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