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카드사들을 겨냥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권 원장은 지난달 카드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와 관련해 카드사에 대한 현장 특별검사를 직접 지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카드사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행정을 강조하는 금융당국과는 행보와는 달리 카드사들은 무감각한 채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론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카드사들의 책임감 없는 대응,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카드사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그것이다.
카드사의 행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은 직접 칼을 꺼내들었다.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들에 대해 첫번째 경고를 날린 것은 지난달 29일. 권 원장은 당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조찬강연회에서 "다른 중요한 얘기를 하나 하겠다"며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피싱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권 원장이 직접 준비한 '작심발언'이었다.
권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카드론 보이스피싱과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회사에 예방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권 원장은 "최근 보이스피싱, 특히 카드론 보이스피싱이 줄지 않고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소비자 재산보호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회사를 언급했지만 본인확인 절차 등에 소홀해 피해를 키운 카드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리곤 지난 1일. 금감원장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를 문제삼았다. 현대차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즉각 수용한 카드사들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 "대기업의 수수료를 인하하면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했고 "수수료 인하의 우선순위는 경제적 약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금융권을 정면 비판했다.
여기서도 특히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예로 들며 "항공사들이 비행기 엔진에 결함이 있을 때는 운항을 중단하는 것처럼, 금융사도 고객 재산보호에 문제가 있을 때는 영업을 중단하고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포함되지만 직접적으로 카드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금감원장의 강도 높은 질책에 카드사들은 "왜 우리만 표적으로 삼느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일각에선 "포퓰리즘에 기댄 인기영합주의 발언"이라는 언급도 서슴지 않는다. 카드사들이 소비자 재산보호에 알아서 먼저 나서야 함에도 말이다.
카드사들은 금융감독원장의 비판이 왜 자신들에게 집중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금융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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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