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권은 이미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위기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이다.
위험 노출액이 큰 은행을 필두로 자금줄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다. 이른바 ‘유동성 스왑’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등 유동성 경색에 채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스페인 국채 발행 금리가 7%에 육박하는 등 시장 지표는 시장 유동성이 이미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유럽 은행권 ‘유동성 스왑’ 급증..잠재 리스크
금융회사간 자산 스왑을 포함한 은행권 움직임은 가뜩이나 취약한 유로존 금융시스템에 더 큰 충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유로존 은행권에 이른바 ‘유동성 스왑’ 거래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ECB의 자금줄이 필요한 은행이 투자등급 기업 여신이나 인프라 프로젝트 여신을 투자은행(IB)이나 보험사에 매각하고, 대신 ECB의 담보물에 해당하는 국채나 기타 유동성 자산을 사들이는 형태다.
위기에 대비해 ECB의 자금을 확보, 시장 애널리스트와 투자자의 유동성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제는 이 때 투자은행은 거래 상대방 은행이 판매하는 채권에 상당폭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잠재적인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은행이 자산 매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리스크가 잠재된 자산의 스왑 거래로 인해 유로존 금융권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덱시아를 포함한 유로존 은행이 이 같은 거래를 본격화하고 있고,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비중이 높다고 업계 소식통은 전했다.
심지어 ECB 담보물이 부족한 일부 그리스 은행은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ECB에 담보물 규정 완화를 요구한 것도 잠재적인 유동성 경색 조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요 기업들은 유럽 은행들과 자금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점차 꺼리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노폭 서던은 어떤 유럽 은행과도 신용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은행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연쇄적인 파장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 美 은행도 ‘전염 리스크’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해 미국 은행도 심각한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질서 있는 방식으로 조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미국 은행업계도 신용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은행권의 유로존 노출액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위기가 더 크게 확산될 경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 파고, 모간 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6대 은행이 보유한 PIIGS(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위험 노출액은 500억달러로 집계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이 PIIGS 정부와 은행 및 기업에 제공한 담보액은 올해 상반기 5180억달러로 집계, 807억달러 급증했다.
주요 은행은 신용디폴트스왑(CDS)로 손실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채권자의 자발적인 채무액 탕감이 위기 진화를 위한 대책으로 가닥이 잡히면 CDS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 금융시장 지표는 ‘위험수위’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번진 위기는 점차 넓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변국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과 발행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키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스페인이 발행한 35억6300만유로(48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6.975%를 기록했다.
프랑스 역시 5년만기 33억달러 규모 국채 발행 금리가 2.82%로 직전 발행 금리 2.31%를 크게 웃돌았다. 10년물 발행 금리는 3.77%로 9bp 상승했다.
이밖에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프랑스와 독일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이날 처음으로 200bp를 ‘터치’ 했다.
국채 수익률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ECB의 위기 진화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승 압박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런던 은행간 금리인 리보(Libor)는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 유로존 금융권의 자금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리보는 0.47944%를 기록했다.
리보는 지난 6월 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채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럽 은행권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TED 스프레드는 47bp를 기록, 2010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프레드가 상승할수록 신용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유럽 은행권의 자금 조달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을 놓치지 않으려고 잠재적인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새로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