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권은 부채위기 국가의 국채 비중을 떨어뜨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미국 금융권은 유럽 은행에 대한 노출액을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미국 은행권의 전례 없는 정보 공개에도 자산건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 유로존 은행 주변국 국채 ‘팔자’ 러시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부채위기를 맞은 국가의 채권을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업계 소식통은 전했다. 디폴트 리스크가 점차 확산되면서 은행권이 이들 국가에 대한 노출액을 줄이는 데 혈안이라는 얘기다.
노르디아 뱅크의 크리스티앙 클라우센 최고경영자(CEO)는 “은행권이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를 팔아치우는 데 급급한 모습”이라며 “최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선 데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게 엿보였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행위”라고 말했다.
스웨드뱅크의 로버트 리제키스트 채권전략가 역시 “그리스뿐 아니라 다른 주변국 역시 채무재조정을 실시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국채 발행 최대 목표금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지만 투자 수요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는 어느 은행도 디폴트 리스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DNB ASA의 장 에릭 젤런드 애널리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은행권 리스크 헤지가 개선됐지만 온전하게 안전장치를 갖춘 은행은 한 곳도 없다”며 “이탈리아 위기가 촉발되면 프랑스 은행권은 물론이고 스웨덴 은행권까지 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 美 펀드, 유럽 은행권에서 돈 뺀다
지난달 미국 주요 머니마켓 뮤추얼 펀드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에 대한 투자액을 81억달러 줄였다.
또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피델리티와 뱅가드를 포함해 10월말 현재 8개 미국 대형 펀드가 보유한 도이체방크의 단기 대출금은 9월말 대비 56%, 63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이체방크는 무보증 도매자금 시장을 통한 조달 규모를 6월 말 1130억유로에서 9월말 1350억유로로 늘렸다.
씨티그룹의 키너 라카니 은행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럽 부채위기로 인해 은행권에 도미노 파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도이체방크가 유럽 은행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가장 치밀하게 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프랑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은행권의 머니마켓 펀딩은 9월 44%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25% 감소, 160억달러에 그쳤다. 최근 12개월 사이 미국 8대 펀드는 프랑스 은행권에 제공한 자금의 78%에 해당하는 613억달러를 회수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에서 펀드 자금이 10월 13억달러 빠져 나갔다. 이는 전체 펀드 투자액의 66%에 이르는 수치다. BNP 파리바와 소시에떼 제네랄 역시 10%가량의 자금 이탈을 기록했다.
펀드는 특히 소시에떼 제네랄의 투자액을 최근 12개월간 150억달러 줄였고, 이로 인해 소시에떼 제네랄은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비즈니스를 폐쇄했다.
피델리티의 애덤 뱅커 대변인은 “머니마켓 뮤추얼 펀드는 유럽과 관련된 투자 리스크 및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은행권 정보 공개 압박...걷히지 않는 불신
유럽 부채위기로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냉각되면서 은행권에 정보 공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은 유럽 노출액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 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 등 미국 주요 금융회사는 최근 유로존 부채위기 국가에 대한 노출액을 감독 당국에 보고했다.
모간 스탠리는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서, 스페인) 등 재정불량국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관련된 노출액과 트레이딩 포지션까지 보고했다.
이들 은행이 발표한 잠재적인 손실 규모는 규정상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과거 주주들의 요청에도 정보 공개를 꺼렸던 것과 분명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하지만 은행주 주가의 하락 압력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유로존 금융회사에 비해 손실 리스크가 작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지만 투자자들은 실제로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파장을 모면할 수 있을 정도로 헤지가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MF글로벌 홀딩스가 무너진 것이 유럽 노출액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허브 루리 수석 이사는 “금융회사 자산건전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노무라의 존 피스 애널리스트는 “순노출액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은행의 주장이지만 국가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 이는 큰 의미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포함해 복잡하게 얽힌 재무 구조가 금융회사에 대한 불확실성 증폭시키면서 주가 하락과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