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물가안정’에 정책 목표를 둔 한국은행이 미국 쇼크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나 오르며 200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고, 기상 악화로 추석 장바구니 물가가 우려된 상황이었는데도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동결(3.25%)했다. 정부도 ‘물가 잡기’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터여서 금리인상 여건이 분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불어 닥친 전세계 증시 급락이라는 ‘공포’가 한은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지난달 기준 금리 동결 때 한은의 걱정은 ‘물가 상승 압력 증가’와 ‘유럽지역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두 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기가 둔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금리인상을 자제했다. 그때는 물가대응 조치를 한달 정도는 늦출 만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폭우로 채소값이 폭등했고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추석은 예년보다 빨라, 물가를 서둘러 잡아야 했다.
그런데 지난주 시작된 미국발 쇼크는 우리 증시를 패닉에 몰아넣었고 유럽 재정위기 가능성을 더 키워 경기 둔화 비상등을 켰다. 10일(현지시각)에는 프랑스가 신용등급 강등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루머로 유럽증시는 폭락했다. 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19.83포인트(4.62%) 추락한 1만719.94, 나스닥지수는 101.47포인트(4.09%) 미끄러진 2381.05에 마감했다. 패닉은 진정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소규모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경기둔화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의 수출은 줄고 경기는 둔화된다. 또 우리의 외자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자본으로 환율도 불안하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 유지를 밝혀 달러약세와 달러캐리트레이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와 같은 신흥국의 통화 강세가 예상된다. 수출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한은은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달 금통위가 아니라 올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에 관심이 이동했다. 김 총재는 “금리정상화는 특정 수치를 목표로 삼고 가는 것이 아니다”면서 “외부 불안요인이 계속되면 우리 여건에 맞는 금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상에 다소 후퇴한 뉘앙스를 풍겼다.
물가 전망에 대해서 그는 “원유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데 올해 연간 평균 예상치인 배럴당 105달러에서 큰 변동요인이 없고,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고려해 수정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채소값 상승에 따른 8, 9월 소비자물가 인상은 일시적인 것이지 장기적인 영향을 줄 만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한차례 올릴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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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