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NewsPim] 바야흐로 헤지펀드의 시대. 금융당국이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1호' 도입을 외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업계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헤지펀드 도입이 단순한 상품 출시 차원을 넘어 헤지펀드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증권·운용·자문업계의 좋은 플레이어들이 탄생하기에는 아직도 정부의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에 성공적인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여전히 2% 부족한 당국에 들려주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뉴스핌=정지서 기자] "한국에도 영국의 대안투자운용협회(AIMA)와 같은 시장 자발적 기구가 출범해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업계와 당국의 시각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인가조건은 예상보다 강했다. 당국은 추후 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규제수준을 낮춰 나가겠다고 했지만 업계가 원하는 수준의 시장환경 조성은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국내 1호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영역에 진출하고자하는 플레이어들은 시장의 자발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헤지펀드의 성공적인 발족과 연착륙을 위해선 '업계의, 업계에 의한, 업계를 위한 조직'이 필수적이란 이야기다.
이는 현재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가진 한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디까지나 반(半)관적인 성격을 가진 금투협이 시장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증권사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금투협의 성격상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헤지펀드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전문성과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A 증권사의 관계자는 "앞서 ELW와 관련한 증권사 사장단 기소 사건에서도 금투협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며 "관행의 문제와 함께 헤지펀드라는 특정 업종에 대해 증권·운용업계의 목소리 전체를 대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현재까진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민간합동 테스크포스(TF)팀이 존재한다. 각 증권사의 변호사는 물론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시적 기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국이 필요에 의해 만든 조직일 뿐 헤지펀드 도입 이후의 시간을 위해 존재하진 않는다.
B 운용사의 관계자는 "법률적인 문제라면 모를까 변호사가 자신이 속한 증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헤지펀드는 업계도 어려워하는 영역인 만큼 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함께 배워가는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형 AIMA'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IMA(Alternative Investment Management Association)는 전세계 50개국, 1200여 회원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 글로벌 헤지펀드 관련 단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을 비롯해 기관투자자협회, 금융, 언론매체 등이 가입해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07년 하나대투증권이 처음으로 가입한 바 있다.
당시 가입을 주도한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는 "당시 헤지펀드가 글로벌 금융 산업에서 이슈가 되던 시기였다"며 "회원국들끼리의 정보교류나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현재 AIMA는 각 회원사들에게 '건전한 투자활동을 위한 가이드'를 통해 펀드의 설립과 운영, 조직구성, 리스크관리, 세금관리 등 헤지펀드가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원사들은 AIMA가 제시한 자율규제안에 따라 레버리지 비율을 조정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당국이 제시한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AIMA의 존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C운용사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별 플레이어들이 이야기하기 보다는 단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당국에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업계 관계자들도 실질적인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모르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볼 때면 AIMA같은 자율규제 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세계 헤지펀드 자산의 70% 이상이 AIMA 회원사들의 몫일 정도로 AIMA는 헤지펀드 산업에서 확실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율규제를 통해 건강한 헤지펀드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벤치마킹 할 만하다.
더불어 AIMA는 개별 플레이어들이 접촉하기 힘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도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이같은 자발적 기구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현재로선 하나대투증권을 비롯해 AIMA에 가입한 국내 회원사들의 활동이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경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시장기구 협의체를 발족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헤지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연구원의 노희진 박사는 "성공적인 헤지펀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헤지펀드 운용자, PEF운용자, 프라임브로커 등의 주체를 바탕으로 자발적 기구 만들 필요가 있다"며 "자생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당국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대안투자운용협회인 AIMA나 미국의 증권업협회인 SIA가 업계의 대표적 기구로 자리잡아 공동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금융시장에도 민간기구가 설립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노 박사는 "공적인 규제기관에서 큰 틀을 제시하고 자율기관을 통해 현실적인 시장 상황에 맞게 세부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며 "자율규제 뿐 아니라 해외 기관의 실사 등 서로간의 정보교환을 위해서라도 민간기구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의 김지한 프라임서비스 그룹장 역시 "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업계가 글로벌 트레드를 꾸준히 반영해야 한다"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발적인 민간기구가 생긴다면 자율규제나 모니터링, 관련 세미나, 그리고 홍보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업계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적인 출발과 안착을 위해서는 기득권 고수의 집착보다는 소리(小利)를 포기하면서 큰 생태계를 형성하는 당국 및 기관, 업계의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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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