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CJ그룹이 삼성가(家)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 퇴계로 신사옥 로비 1층에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흉상을 홀로그램으로 전시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등 '뿌리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석은 분분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할아버지에 대한 각별한 정(情)에 의미를 두기도 하고, 급성장한 그룹의 위상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CJ제일제당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역사관에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흉상 홀로그램 외에도 그의 사상과 업적을 조명하고 있다.
이곳을 '디지털헤리티지관'이라고 명명하고,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관람도 허용했다. 이 창업주의 자수성가한 사업가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널리 알리려 애썼던 문화 전도사로서의 이미지도 영상으로 부각시켰다.
이로써 이 창업주는 CJ그룹 중심에서 부활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이 정주영 현대 창업주를 광고에 등장시키며 이목을 모으고 있지만 삼성가에서 이런 큰 움직임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 창업주의 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본사 사무동에 작은 흉상을 세우고, CJ그룹 역시 남산 본사나 인재원에 흉상을 배치해 놓긴 했지만 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헤리티지관이 사원들에게는 CJ의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회사를 찾는 방문객에게는 이 창업주와 CJ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관은 이재현 회장의 특별 지시로 만들어졌다. 그룹 측은 "이 회장이 특별히 이 창업주의 역사관을 주문했다"며 "특히 미디어 계열사를 보유한만큼 예술적으로 꾸며줄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회장은 할아버지인 이 창업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삼성가 장손인 탓도 있지만 그가 경영자로 나서는 데 이 창업주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가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창업주의 손자들 중 공부 잘하고 성품도 좋아 성장기 집안의 총애를 받으며 자랐다. 이 창업주는 그가 장성하면 삼성 경영에 참여시키겠다고 늘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회에 진출하면서 쉽지 않을 길을 선택했다. 삼성에 입사하지 않기로 했던 것. '누구의 맏손자'라는 이름으로 살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모 외국은행 서울 지사가 그의 첫 직장이다.
이런 이 회장을, 오래 지나지 않아 삼성에 둥지 틀게 만든 것은 그의 아버지인 이맹희씨가 아닌 이 창업주였다. 삼성의 모체인 제일제당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삼성전자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삼성에서 분가해 경영권을 물려받고, 지금의 CJ를 일군 경영자 삶의 시작점인 셈이다.
재계는 이 회장의 이런 배경을 두고 이번 뿌리찾기가 정통성 확보 차원 아니겠냐고 보고 있다. 이 창업주의 총애를 받던 이 회장이 할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삼성가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성장의 싱징적 의미에서도 연결고리를 찾는다. 최근 잇따른 대형 M&A로 그룹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명분과 과시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회장이 평소 삼성그룹 따라잡기에 관심이 높았다는 건 그룹 내부에서도 잘 알려진 얘기다.
CJ그룹은 수년전부터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창사이래 최대규모 M&A인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포스코를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할 당시 15개의 계열사로 재계 서열 28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14년만에 65개 계열사를 거리고 재계 14위에 올라선 급성장을 이뤄냈다.
재계 한 인사는 "내수업종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CJ로서는 삼성의 본산이라는 점이 사업확장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경제에서 이병철 창업주가 차지하는 위상으로 볼 때, 그룹의 뿌리를 찾고 성장의 포커스를 여기에 맞추려는 노력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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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