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엘피다의 25나노 D램 공정전환 여부를 놓고 관련업계의 논란이 치열하다. 특히, 20년간 ‘나노공정 선두 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삼성전자는 당혹해 하면서도 양산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일본 엘피다의 25나노 D램 양산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엘피다의 주력은 50나노급이고, 그동안 40나노와 30나노 개발을 발표했지만, 지금껏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이번 25나노 D램 개발도 ‘공수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엘피다의 20나노대 선두 진입은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2년 업계 최초로 64메가비트(Mb) D램 개발 이후 줄곧 D램 공정에서 선두를 지켜온 기록이 깨지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부터 35나노급 D램을 양산하며 30나노대 공정까지 ‘세계 최초’ 기록을 이어갔지만 엘피다가 공언한 대로 오는 7월 25나노 양산에 들어갈 경우 엘피다에 6개월 이상 뒤쳐지게 된다. 당장 20나노 공정 개발을 서두르더라도 양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룹 내외에서 ‘오랜 기간 선두를 달리다보니 나태해졌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반도체 사업부의 수장인 권오현 사장의 입지도 곤란해진다.
이날 수요사장단회의에서 권 사장의 발언도, 미세공정 전환에서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한 일종의 ‘해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배경이야 어찌 됐건 엘피다의 25나노 양산에 의문을 표한 권 사장의 발언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엘피다의 40나노 D램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40나노 공정에서 충분한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자(35나노)보다 앞선 30나노대 초반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는 사실상 ‘공수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0나노대가 주력인 회사가 40나노와 30나노대에서 충분한 안정화를 거치지 않고 20나노대로 직행한다는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과정을 생략한 채 대학에 가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선두업체들이 나노공정 전환 때마다 지켜 왔던 ‘무언의 룰’에서 벗어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단 발표부터 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2월 초 30나노 D램 개발 소식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실제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 역시 양산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겨 발표하는 일은 없었다.
공정 전환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기반을 확보한 뒤에야 양산 시점을 발표하고, 실제 그 시점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양산에 들어가는 게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룰이었다.
하지만 엘피다는 이미 과거 행적을 통해 ‘양치기 소년’이 된 만큼 25나노 공정의 7월 양산 계획도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
엘피다의 이번 발표에 대해 올해 1분기 60억엔(영업손실률 7%) 규모의 적자를 내는 등 최근 이 회사가 겪고 있는 재무적 어려움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엘피다의 이번 25나노 D램 개발 발표는 한국 기업에 뒤쳐진 이미지를 쇄신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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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