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핏줄' 산요 삼킨 파나소닉, 이번엔 '몸집 줄이기'
[뉴스핌=박영국 기자] 산요 인수를 통해 일본 최대 전자기업으로 등극한 파나소닉이 이번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성장기 다수의 동종기업 난립과 성숙기 경쟁력 약화, 그리고 황혼기 동종기업간 M&A(인수합병) 뒤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일본 전자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2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오는 2013년 3월까지 전체 38만명의 10%를 상회하는 4만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이는 일본의 제조업 인력 구조조정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09년 NEC의 2만명을 상회하는 규모로, 지난해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 인수 이후 이달 1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비대해진 몸집을 슬림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존 직원 규모가 22만명이었던 파나소닉은 산요전기(10만명)와 파나소닉전공(6만명)을 흡수하면서 총 38만명으로 불어났다.
통상 M&A와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더 넓게는 해당 업종의 사업 환경 악화를 상징한다.
사실, 파나소닉과 산요는 같은 뿌리에서 태동된 기업으로, 일본 전자산업의 성장기 때 분리됐다가 황혼기 때 다시 합쳐진 역사를 갖고 있다.
1947년 마쯔시타전공(현 파나소닉전공) 창업자인 마쯔시타 고우노스케(松下幸之助)의 처남 이우에 토시오(井植歲男)가 마쓰시타전공으로부터 공장을 양도받아 설립한 기업이 바로 산요전기다. 이 회사는 3년 뒤인 1950년 산요전기주식회사로 출범했다.
1930~1940년대는 산요 외에도 소니(1946년 당시 도쿄통신공업)와 샤프(1935년 당시 하야카와전기공업) 등 현재까지 일본 전자산업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태동한 시기다.
분리 이후 독자 노선을 걸으며 성장을 거듭하던 산요는 일본 전자기업들의 입지가 해외 후발 기업들에 의해 위협받던 2000년대 들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수의 일본 전자기업들이 제각기 세계 시장에서 ´선전´했던 전성기가 지나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후발 기업들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 전자기업들을 정리할 상황이 오게 된 것.
산요는 2004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지난 2006년 3월 미쯔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골드만삭스, 다이와(大和)증권SMBC 등 금융 3사를 인수처로 총 3천억엔의 우선주를 발행했다.
이후 대주주 3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으나, 2008년 전세계를 휩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를 견뎌내지 못했다.
대주주 3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익을 내다볼 수 있을 때 산요 주식을 팔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매각처로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삼성전자 등이 거론됐다.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한 일본 경제산업성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해외 기업으로의 매각은 무산됐지만, 만일 삼성전자가 산요를 인수했다면 일본 전자산업 역사에 가장 굴욕적인 일로 기록됐을 만한 일이었다.
결국, 산요의 ´아버지´ 격인 파나소닉이 다시 산요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2008년 10월 마쯔시타에서 사명을 바꾼 파나소닉은 같은 해 11월 산요전기 인수를 발표했다.
파나소닉은 2008년 12월 대주주들과의 인수 금액을 합의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 독점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 2009년 12월 산요 지분 50.2%의 공개 매수를 완료했고, 올해 4월 완전 자회사화 했다.
파나소닉의 산요 인수는 단순히 ´경영악화로 흔들리던 기업의 피인수´라기보다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보유한 전기전자관련 대기업은 9사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TV나 냉장고 등 범용화된 가전제품을 일률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있는데다 해외시장도 삼성전자 등에게 점차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5%에도 못 미치는 파나소닉으로서는 포화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확보와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필수다.
이번 완전 자회사화를 통해 파나소닉은 산요의 최고 강점인 2차전지분야와 파나소닉전공의 주택설비기기를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산요의 백색가전(냉장고, 세탁기 등) 사업 등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하고, 리튬이온배터리나 태양전지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때 가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으나, 지금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에 밀려 사양길을 걷고 있는 가전 분야를 축소하고 경영통합을 통해 신성장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것.
이번 인력 구조조정도 이같은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백색가전분야 인력과 기존 산요 및 파나소닉전공의 본사 인력이 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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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