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단지 현대자동차 그룹만이 아니라 정책금융공사나 우리은행 등 최대 채권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임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다.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밝힌 바대로 채권단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외환은행이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하게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하니, 이는 외환은행이 채권단을 기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채권단은 11. 29까지 시한을 정하여 현대그룹에 1조200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채권단의 의사를 결집하여 양해각서 체결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또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포함한 일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는 박탈되어야 하며, 최소한 채권단이 공언해온 대로 채권단의 의사를 결집하여 어떠한 결정을 했어야 한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믿음뿐만 아니라 국회나 언론에 공표되어 온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오후로 채권단 전체회의가 소집되어 있는 상태에서 외환은행은 오전에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고 한다. 이는 외환은행이 채권단뿐만 아니라 관계 당국 및 국민일반을 기만한 것이다. 외환은행이 굳이 이와 같이 서둘러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외환은행이 주관기관으로 일반적인 위임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채권단에게 있다. 따라서 본건과 같이 채권단이 문제된 자금의 증빙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그 결정권한은 채권단에게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의 일반적인 권한 위임에 의해 외환은행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외환은행은 양해각서에 현대그룹이 제출한 입찰서류에 허위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시키는 조항을 추가했으므로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다. 이미 현대그룹이 확정적으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허위나 위법사항을 발견하겠다는 것인가. 입찰안내서에도 이미 동일한 조항이 있고 이미 현대그룹이 위 조항을 위반하였는데, 재차 양해각서에 똑 같은 조항을 넣고 넘어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애당초 조사할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만약 외환은행이 진실한 의도가 있었다면 이미 의혹들이 불거져 나온 만큼 그러한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구체적인 소명사항이 양해각서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외환은행이 밝힌 양해각서의 내용만으로는 현대그룹 자금의 의문점을 해소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듯 기만행위에 의하여 체결된 양해각서가 효력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주주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주식 매각이 이루어지는데 어떻게 효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채권단이 나서서 위법하게 이루어진 양해각서 체결을 원천무효화하여야 한다. 채권단에게 재량에 따라 무효화할 권한도 있다.
나아가 금융당국도 본건 입찰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독권을 행사해 주기를 당부드린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가 국민 혈세에서 나온 공적자금으로 주주가 된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감독권을 행사하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외환은행에서 이러한 불공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그러한 사실 자체만으로 조사 및 징계권을 발동하여야 한다.
또한 외환은행의 주관기관으로서 계속 본건 입찰을 주관하도록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재검토 해야 할 시점이다. 외환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주관기관이 되었을 뿐이다.“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에 의하면 채권단의 결의에 따라 최대주주가 주관기관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행태를 계속할 것이라면 차제에 주관기관의 변경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본건 입찰이 입찰절차를 주관하는 외환은행의 독단적 행동으로 인해 파행을 겪게 되는 사태를 심히 우려한다. 채권단은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체결한 양해각서를 즉시 원천무효화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하여 현대자동차 그룹은 외환은행의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하여 향후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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