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외환은행 인수전·LG카드 실패 스스로 '패장'자처하며 재기모색
- 철저한 비밀유지·과감한 베팅에 외환은행 인수전 최종승자 함박웃음
[뉴스핌=한기진 기자] 2006년 3월 24일 주주총회,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사진·67)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외환은행 인수전(戰)에서 국민은행에 패한 뒤 주주들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였다. 여의도 본사(현 하나대투증권 본사 자리)에서 열린 주총에서 주주들은 인수 실패에 따른 책임의 화살을 김승유 회장에게 향했다. 김 회장의 변은 이랬다.
“패장(敗將)으로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모든 면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때는 초대형 M&A전을 처음 치렀다는 점을 위안 삼을 수 있었다. 사흘 뒤에 또 다른 대형 매물 LG카드의 매각공고가 있었다. 김 회장도 이날 주총에서 “LG카드 인수전으로 방향을 트는 문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LG카드 주가는 오늘 왜 이렇게 오르냐”며 관심을 보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외환은행 아니면 LG카드를 인수하면 된다는 차선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역시 김 회장의 패배였다. 이번에는 신한금융지주에게 밀렸다.잇따른 인수 실패에 하나금융 직원들은 침울했다. “이럴수가…”라며 허탈해했다.
승승장구하던 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이때 나타났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현실에서 대형 M&A전은 자금력, 전략, 수장(首長)의 리더십, 정부와의 관계 등 총체적 역량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경영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에 이어 LG카드 인수마저 실패하면 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으니 이번 인수전에 아예 참가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후문도 있었다.
두 차례 모두 간발의 가격 차이로 인수에 실패했다. 국민은행과 맞붙었을 때는 불과 1주당 100원, 총액으로 400억여원 덜 써내 쓴잔을 마셨다. 신한지주에게는 1주당 500~900원, 총액 기준으로 500~1000억원 차이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적과 전황(戰況)에 대한 정보력 싸움에서도 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부터 하나금융에는 큰 변화가 닥쳤다. IB(투자은행) 인력이 집중 육성됐고, 각 사업파트별로 독립된 경영을 하는 매트릭스 조직도 업계 최초로 도입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IB에서 대단히 경쟁력이 취약했는데 이번 인수성공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번에 인수합병의 원칙 하나, 비밀을 막판까지 지켜냈고 두번째로 과감한 베팅도 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 전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호주의 ANZ와 론스타가 가격을 놓고 막판 절충을 벌이는 줄로만 알았다. 김 회장이 실무진에게 론스타와의 접촉을 비밀로 할 것과 협상도 속전속결로 진행하도록 지시했다는 뒷얘기도 들려온다. 또 막판까지 가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ANZ 대신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신속하게 매각키로 결정한 만큼, 제시 가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충청 보람 서울은행 대투증권을 잇따라 인수하며 단자회사였던 하나은행을 시중은행들의 경쟁 무대에 올려놨다. 이후 두 번의 실패(외환은행, LG카드)를 딛고 마침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결실을 이뤄냈다. 김승유 회장의 금융인 45년의 역사는 하나금융을 신한지주를 제치고 빅4 구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