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안보람 기자] 한국은행 이성태 고문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국가부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당장 다른 나라에 비해 부채수준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길게 보면 ▲ 통일 ▲ 고령화 ▲ 국민연금 등의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전 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의 성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선진국 경기회복 여부와 더불어 과잉유동성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23일 한국은행 이성태 고문은 퇴임 이후 첫 외부 공식 행사인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포럼'에서 '위기 이후 경제 금융환경'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서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성태 고문은 지난 4월 한은 총재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으며 재임 시절 과잉유동성 문제와 더불어 국가 및 개인 부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성태 고문은 "경제주체를 보통 가계, 기업, 정부로 나눈다"며 "지난 몇 년간 가계가 주택 투기바람에 휘말려 선진국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의 비율이 2000년 102%에서 2005년 131%로 갔다가 지금은 부채조정이 됐다지만 2009년 현재 128% 수준이고, 영국은 2000년 117%에서 2009년 161%까지 왔다는 지적이다.
이 고문은 "한국의 가계부채 역시 2000년 95%에서 2009년 153%까지 늘어났다"며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가계분야, 즉 민간분야인데 가계가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서는 힘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53%로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주요 13개국 가운데 다섯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사회보장을 위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제외할 경우 한국은 영국(161%), 호주(155%)에 이어 가계부채 부담이 세번째로 높다.
이어 이 고문은 "선진국의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으면 중국,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이 받아줘야겠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미국, 유럽 등의 비중이 크다"며 "세계경제의 힘은 21세기 첫 10년에 비해 두번째 10년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계가 힘을 쓰지 못할 때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양책을 써야 하는데 정부의 빚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의 여유가 없으면 금융시장에서 그 나라 국채를 살려는 사람이 줄고,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정부부채를 많이 가진 나라가 강력한 재정정책을 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 이후의 문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민연금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전 총재는 "가계든 정부는 여력이 당분간 많지 않아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의욕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의 기본주체인 가계·기업·정부 모두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이 고문은 선진국의 자신감 상실을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손실로 지목했다.
이 고문은 "외부상황이 나빠졌더라도 의욕이 충만하고 자신이 있다면 기대해 볼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더 큰 상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성태 고문은 미국의 양적완화의 성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고문은 "밀턴 프리드먼이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 당시 좀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썼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결론내렸지만 실제로 성공한 예가 있었는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이 고문 "1990년대 와서 일본이 소위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일본사람들 스스로도 성공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해 물으면 대답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양적완화가 앞으로 미국경제, 세계경제에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