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열 이사 직무대행+이사회 중심 위기수습 미래설계 할듯
- 차기 행장에 이재우 이휴원 장명기 등 하마평 갈수록 무성
[뉴스핌=배규민 기자]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이 오는 30일 이사회를 앞두고 퇴진을 시사한 가운데 후임 경영진 구성을 놓고 신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회장 및 직무대행에 류시열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의 반발이 있어 밑그림을 수정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습방안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사회 중심의 실질적인 권력을 지닌 비상대책위원회가 후임경영진 구성과 경영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신한지주에 따르면 라응찬 회장은 이 날 정례 CEO(최고경영자) 미팅에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신한지주 계열사 모 사장은 라 회장이 "올해 초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연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며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도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사회를 3일 앞두고 라 회장이 이렇게까지 밝힌 것은 이미 사퇴 결심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라 회장이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은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지 못하고 실명제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감독기구로부터 무거운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또한 오사카 주주들을 비롯해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일동포 주주들이 라 회장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게다가 검찰 결과 역시 라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5억원의 자문료 사용 등과 관련해 라응찬 회장을 비롯,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최고경영진 3명 모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2일 400억원대의 부당대출 의혹과 15억원의 자문료 횡령 수수 혐의를 물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고발했다. 하지만 신 사장측은 오히려 그 돈 중 7억원 이상을 라 회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 행장 역시 자문료 중 3억원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흘러 나온 바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경영진 3명 모두 기소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사회가 신상훈 사장에 대한 고소를 전격 단행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여론재판과 사법기구 수사의 폭풍 속으로 내몬 이백순 행장의 거취를 놓고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기운이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진 빅3 동반퇴진쪽으로 무르익으면서 후임 경영진 구성에 대한 설들은 더욱 번지고 파생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회장 및 직무대행에 류시열 이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가장 우세하다. 일단, 류 이사는 어디까지나 임시 회장직이나 직무대행 등 사태수습을 총괄하는 차원에 그칠 확률이 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도 류 이사가 그렇다고 보고 있어 과도기 위기 수습의 구심점으로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일동포 주주들이 류 이사를 라 회장측 사람으로 보고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라 회장측 사람이 후임 경영진으로 선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기 신한은행장으로는 여전히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재우 사장은 재일교포 주주들과 네트웍도 확보하고 있고, LG카드 통합을 원만히 이룬 뒤 신한은행 실적이 부진할 때 빼어난 실적을 내며 신한금융그룹의 양대 기둥으로 발돋움하게 했던 장본인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사장 역시 라 회장측 사람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서 행장으로 발탁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휴원 사장은 부행장 3연임을 했던 드문 경력이 결국은 업무역량 평가에 따른 것이고, 신한금융투자 경영까지 맡으면서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은 지금처럼 어려운 때 최고경영자를 맡아 대관 업무를 풀기 유리하다는 강점과 함께 역차별 가능성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띠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환은행 장명기 수석부행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장 수석부행장은 신한은행 출신으로 신한은행에서 신용관리부담당 부행장직까지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3년에 외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재는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다.
장 부행장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립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상훈 사장과 같은 군산상고 출신으로 신 사장측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뒤따른다.
하지만 현재 외환은행에서 수석부행장직을 맡고 있어 신한은행장 후보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장 부행장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장 부행장은 책임감이 강하다"면서 "현재 외환은행에 현안이 많기 때문에 설령 제의를 받는다고 해도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배규민 기자 (lemon12kr@newspi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