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장기조정국면 공감대 되레 확산 자금수요 감소" 지적
- 자금 쏠림 심화하자 시중은행들 자금조달 속도조절 기현상
[뉴스핌=한기진 기자] 정부가 8.29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늠자인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8월17일 179조 6584억원에서 9월17일 179조 8870억원으로 2286억원(0.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8.29대책으로 대출수요를 전혀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자금 수요가 늘지 않자 예금 금리도 내림세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래 시중은행들이 2주 연속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채권값의 강세(금리인하)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근본적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 욕구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은행들이 지난 2006년 전후로 가계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렸던 후유증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채권값 강세·자금수요 뚝, 예금금리 내림세 심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국민은행은 1년 만기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2주일간 연 3.7%에서 연 3.5%로 내렸다. 우리금융의 우리은행도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17일 연 3.55%로 종전보다 0.1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신한지주의 신한은행은 1년 만기 '월복리정기예금'의 최고 금리 역시 연 3.65%에서 3.55%로 0.10%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의 '369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1개월 전 연 3.70%에서 최근 3.60%로 내려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비싸지자 금리를 낮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값이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예금금리 내림세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다시 확장 국면에 돌입했고 환율 이슈 부각으로 금리 인상의 강도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것을 보이는 만큼 추가적인 채권 강세 분위기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 “2000년대 들어 대출증가율 최저”…자금흐름 병목현상 심화
다른 전문가들은 예금 금리 내림세를 채권값 강세보다는 자금흐름의 병목현상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잔액은 420조원으로 지난 6월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6월 중의 증가폭 4조1000억원보다도 증가 폭이 줄었다. 전년동기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7.2%로, 지난 6월의 7.5%보다 축소됐다.
현대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대출증가율은 연간대비 2%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연구위원은 “예금금리를 낮춰도 돈이 들어오는 상황인데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막혀 있어 높은 금리를 제시할 요인이 없다”면서 “은행들이 자금유입속도 조절 차원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8.29 부동산대책이 자금흐름 병목현상을 개선시키기 보다 오히려 연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한다. 급락은 아니어도 장기 조정국면으로 갈 것 이라는 공감대를 심어주면서 수요자들이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더 지켜보도록 했고, 자금수요도 대기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
김완중 연구위원은 “8.29 대책으로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가 완만한 조정국면으로 방향을 잡아,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를 이끌지 못했다”며 “과거 2006년 전후 가계금융을 크게 늘렸던 은행들이 최근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