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박연차 게이트' 관련 수사의 불똥이 은행권으로 튈 때만 해도 오늘의 신한사태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
50억원 전달에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가 수사가 진전된 뒤로는 차명계좌 혐의가 등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라응찬 회장이 지난해 6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모든 시련이 끝나는 줄만 알았으나 진짜 시련은 나중에 닥쳤다.
올해 정치권 일각에서 또 다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라응찬 회장이 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다시 제기했고 금융당국은 검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렸다.
시시각각 라응찬 회장을 옥죄는 압박이 가해졌고 끝내는 금융감독원이 검찰 자료를 받아 다시 검사에 착수한 지난 8월을 막 지나자 9월초 신한사태는 촉발했다.
지난 2일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은 가히 폭탄투하에 비견할 만큼 전격적으로 신한지주의 대표이사인 신상훈 사장을 전격 고소했다.
갑자기 터진 고소 사건은 금융당국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금융권을 한순간에 충격으로 빠뜨렸다.
이백순 행장의 움직임은 빨랐다. 이 행장은 검찰에 고소한 다음날인 지난 3일 재일동포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
이후 6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으나 서로간의 극한대립 양상만 다시 확인했다.
6일에는 이백순 행장이 다시 일본으로 출국, 일본내 사외이사와 주주를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7일에는 라응찬 회장과 정행남 사외이사의 회동이 진행됐지만 뚜렷한 입장정리는 없었다.
이날 정행남 사외이사는 "신상훈 사장의 해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는 데 이른다.
9일에는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나란히 일본 나고야로 출발, 재일동포 주주들을 만나고 사외이사를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어느 쪽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뚜렷하게 증명되지 않았지만, 일본쪽 분위기는 자신들의 의견을 이사회에 일임하는 쪽으로 결론을 봤다.
곧바로 지난 10일 신한지주는 이사회 개최를 14일로 결정했고 이사회 결과에 따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의 거취에 관한 실마리를 찾는 데 이른다.
이사회 날짜가 나온 뒤엔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샅바싸움'으로 격돌을 알렸다.
신상훈 사장이 피고소인 자격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도 되느냐는 논란이 나오면서 승부가 기우는 듯도 했다.
하지만 신 사장이 법률 검토를 거쳐 반격을 가하면서 의결권은 라응찬 회장, 이백순 행장, 신상훈 사장 모두 행사하는 쪽으로 원점 회귀했다.
지난 주말 막판 담판이 있었지만 샅바싸움보다 더 팽팽한 '어깨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날 라응찬 회장은 신상훈 사장이 자진사퇴할 경우 고소를 취하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신 사장은 이에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불명예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응수했다.
진짜 씨름 승부가 벌어지려니 장외 열기도 급가열됐다.
이사회를 하루 앞둔 13일 재일교포 주주 모임인 '밀리언클럽' 회원들은 이백순 행장을 상대로 은행장 및 지주회사 이사 해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982년 창립, 내 후년이면 서른을 바라보는 신한금융그룹.
청년에서 장년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치르는 고통의 한 가운데서 신한문화를 상징하는 전문경영인들과 최고 의사결정을 좌우할 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바야흐로 사태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