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의회에서 반기 전망 관련 증언에 나서는 버냉키 연준 의장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가시방석에 오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좀 더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만 정작 추가 대책을 구사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조건에 처했기 때문이다.
◆ 금융시장과 민간 전문가들, 연준의 추가 부양책 요구 강해
금융시장 및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중단했던 '자산 매입을 재개'하거나 '초과지준에 대한 부리를 중단'하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조언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프린스턴대학 교수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비판의 날을 세워서 연준을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 연준이 '디플레 파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특단의 지원책이 없으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란 관점이 놓여 있기도 하다.
이 가운데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여전히 매우 높고 고용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자원배분이 헝클어진 상황에서 연준이 "매우 위험한, 시험받지 않은 특단책을 과감하게 실험할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는 실정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이 올해 초반 보다는 후퇴했지만, 그래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유럽 재정 위기나 주식시장의 동요 정도로는 추가 부양책을 정당화하기에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버냉키 의장은 이제 소모할 실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연방기금금리는 명목상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더이상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다.
◆ 버냉키, 특단책 '만지작'? 아직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
또 이미 중단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을 재개하려고 해도, 이전처럼 모기지금리와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넓지도 않고 또 모기지금리를 조금 더 내린다고 해도 주택시장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지도 않은 상황이다.
MBS가 아닌 재무증권을 매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장기 국채는 워낙 유동적인 시장이라 연준의 매수 정책으로 금리에 크게 영향을 주기가 어렵다. 나아가 다시 한번 '재정적자의 화폐화'란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채가 아닌 회사채 등을 매입할 경우. 사실상 매우 높은 초우량기업의 회사채만 매입이 가능할 것이므로, 중소기업을 차별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나중에 은행들이 공세적으로 대출에 나설 때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억제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서 크루그먼은 지난 2002년 버냉키 의장이 연준에 입성할 때 행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강화해 명목금리가 제로에서 고정된 상황에서 실질금리를 더욱 깊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밀어내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시중의 명목금리가 상승하여 가계 및 경제 주체의 빚 상환 부담을 늘리고, 나아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상품 매입으로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켜 경기에 질식 요인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디플레이션 양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연준의 다양한 대책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버냉키 의장이 아직은 이런 위험하고도 과감한 정책을 단행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많는 여건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결정하겠지만, 아직 쿼터백(버냉키)은 먼 엔드라인으로 공을 던질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 Times)는 버냉키가 히포크라테스의 '도움을 줄 망정 해는 입히지 말라(do no harm)'의 원칙을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처방전이 어떤 부작용을 나타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자기 힘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한편 WSJ는 버냉키와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자넷 옐런 부의장은 모두 재정정책 상의 부양책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원칙과 약속을 하면서 단기적인 대책을 구사한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버냉키 의장의 입장과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