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무디스는 그리스의 등급을 'A3'에서 투자적격등급 하한선보다 한 단계 낮은 'Ba1'로 4계단이나 강등하고, 단기 등급은 'Prime-1'에서 'Not-Prime'로 낮췄다.
이번 등급 강등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 4월말에 그리스 국가신용 등급을 '몇 단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수 주 전에 경쟁 신평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등급 강등 이후에 이번 결정이 나온 점도 감안해야 한다.
BNP파리바의 외환전략가인 세바스티엔 갤리는 "그 동안 내내 그리스는 이미 '정크' 등급으로 거래되어 왔으며, 무디스는 뒤늦게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무디스는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구제 패키지의 함의를 분석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고 등급 변경 시점이 늦은데 대해 방어했다.
무디스의 대변인은 "부족한 정보에 기반해서도 좀 더 일찍 보다 단호하게 결정할 수도 있었으나, 우리가 보기에 구제안의 세부내용과 그것이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 하향 조정은 전 국가신용등급 담당 그룹의 수장인 피에르 카이유토(Pierre Cailleteau)가 자리를 떠난 지 한 달이 채 안 되어서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무디스 측은 밝혔다. 카이유토 측의 입장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무디스는 항상 등급 평가 면에서 보수적이며, 이번에도 그리스의 등급을 너무 오랫동안 높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S&P가 너무 서둘러 등급을 강등해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3대 신평사들 중 피치(Fitch Ratings) 만이 그리스의 등급을 '투자 적격' 등급 최하단에 유지하는 중이다. 물론 이들도 등급 전망은 '부정적 감시대상'으로 놓고 있다.
피치는 이날 "가까운 미래에 등급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는 이상 그리스 정부의 재정긴축안 이행에 대한 평가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날 무디스 등급 강등 조치가 유럽 시장 마감 이후에 나온 가운데,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8.56%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위기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5% 수준이었다.
한편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미 그리스를 떠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와중에 그리스 국채에 대한 보험 비용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그리스가 아닌 다른 나라들과 또한 과도한 익스포저를 가졌거나 단기 자금조달이 안 되는 유럽계 은행권으로 우려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은 스페인의 부채 우려로 인해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가 우려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이날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로 1% 가까이 강세를 보인데서도 알 수 있다. 또 안전도피처인 미국 재무증권 가격도 하락했으며, 미국 증시는 막판 하락하기 전에 장중 내내 강세를 보였다.
지난 4월 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특히 그리스의 등급을 '정크'로 낮추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이다. 당시 다우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고, 그 뒤에 12% 조정 국면이 전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