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펀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25일 도입됐지만 까다로운 이동 절차와 이동 가능한 펀드의 제한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25일)까지 집계된 펀드이동 건수는 총 6729건으로 일평균 293건으로 집계됐다.
펀드 규모 총 1209억좌, 일평균 52억좌 정도로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이동 규모에는 못 미치는 1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동 가능한 펀드 설정액 116조2000억원 중 0.1%에 그친 셈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 제도와 관련한 적극적인 캠페인과 마케팅을 벌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관련 업계는 진단 내렸다.
펀드 이동 움직임을 살펴보면 시행 초기 반짝 오름세를 타며 일평균 이동 건수가 지난 5일 389건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200건대 초반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이후 급락장에 스마트 머니 유입이 이뤄지면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하루 평균 400건 이상의 펀드 이동이 발생했으나 재차 줄어든 상황이다.

◆ "취지는 좋지만 알맹이가 빠졌다"
펀드 판매사 이동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로 복수의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펀드 이동의 제한과 이동절차의 불편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판매사 이동은 국내펀드만 가능하다.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 연말까지 유예된 해외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그리고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수개월이 지나야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자의 대다수가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등 여러 개 펀드를 병행투자하고 있는데도 이용가능 펀드를 국내설정 공모펀드로 국한했다는 것.
한 시중 증권사 자산관리컨설팅 부서장은 "역외펀드나 MMF, 장기 비과세 펀드 등이 판매사 이동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한 판매사로 펀드를 몰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업권간 자율적인 판매 경쟁으로 지난 한 달간 판매수수료 인하로 이어진 펀드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언급, "이 역시 투자자들의 판매사 이동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고 꼬집었다.
이동 절차의 불편함도 펀드 이동제 활성화를 가로막은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 부서장은 "펀드를 이동하려면 처음 펀드를 샀던 판매사에 일차로 방문해 계좌 확인서를 발급받고 다시 이동하려는 판매사를 방문해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
◆ "시행 이후 제도 보완 목소리 높은데.."
이처럼 펀드 이동제가 관련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제도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이 현재 원하는 건 이동 대상 펀드 범위의 확대와 판매 수수료 인하, 그리고 이동 절차의 간소화로 요약된다.
이동대상 펀드의 범위가 지금보다 늘어야 펀드 투자자들이 각자 가입한 상품에 대한 비교 분석이 가능하고 가입 절차가 간단해야 펀드 이동제가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현재 펀드 이동 대상 범위 확대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시장이 원하는 제도 개선안 마련에는 "초기인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펀드 이동 절차와 관련해서도 온라인으로 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아 한번의 지점 방문만으로 펀드를 이동할 수 있게 한다고 당국은 밝혔지만, 시스템 마련은 업계 자율에 맡겨 실효성 측면에서 제도의 구속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판매사 시행 이후 펀드 이동 대상 펀드의 확대 및 이동 절차 간소화 등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미온적인 대처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 "섣부른 평가 말아라. 잘 쓰면 약(藥) 된다"
물론, 판매사의 공정한 경쟁으로 투자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된 펀드 이동제인 만큼 제도 시행 한 달 만으로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도 시행이 시작됐던 당시 판매사간 경쟁 과열을 막고자 당국의 판매사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과 제한된 상품 이동 및 절차의 번거로움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당장 평가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까지 펀드 이동제 효과는 크지 않다"며 "이는 동일한 펀드를 팔고 있어야 옮길 수 있는데 특히 주식형 펀드는 독점 판매가 많기 때문에 실효가 나타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일부의 지적 만큼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펀드 이동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 보완과 더불어 판매사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서형종 NH투자증권 금융상품 팀장은 "투자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양질의 펀드 판매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자는 제도 보완과 더불어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증권사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제도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팀장은 "펀드이동제가 단순한 고객 유치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산관리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고 판매사간 공정 경쟁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