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의 4세인 박경원씨는 재벌가 후계자 가운데 유독 굴곡 많은 경영과정을 거친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두산건설 영업담당 상무로 재직하다 그룹을 박차고 나온 박 부회장은 같은 해 3월 전신전자(어울림네트워크)를 인수, 독립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박경원씨의 경영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벤처신화를 통해 화려한 그룹 재기를 꿈꾸던 박 부회장이 맡은 전신전자는 2002년 12억원, 2003년 5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한 후 2004년에야 겨우 7억원의 흑자로 반전됐다.
박 사장의 본격적인 시련은 2005년 일어난 이른바 '형제의 난'을 기점으로 본격화 된다. 두산그룹 3세 맏형인 박용성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박정원(현 두산건설 사장)씨와 박진원씨와 달리 그룹 경영에 소외돼왔던 박경원, 박중원씨가 전신전자를 토대로 두산건설의 전신인 두산산업개발 인수에 나서면서 시작된 형제의 난도 따지고 보면 박경원씨가 원인이 된 셈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아들들의 싸움이 부모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무성했을 정도다.
이후 박 사장은 아버지 박용오 회장과 동생 박중원씨와 함께 이듬해인 2006년 두산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전신전사 경영에도 손을 떼는 등 사실상 야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박 부회장의 '칩거'는 2008년 아버지 박 전 회장과 아버지 박 전회장이 인수한 성지건설에서 장하성 펀드와의 대결 끝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2년만에 마감됐다.
찬란한 재기를 꿈꾸던 박 부회장의 경영과정은 성지건설에서도 빛을 발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박 전회장이 유서에서 가장 먼저 회사의 자금난을 우려했을 정도로 회사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 55위였던 성지건설은 올해 69위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시련이 많았던 만큼 이번 박 부회장의 복귀도 아직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아직 아버지의 유산을 승계해 최대주주가 됐을 뿐이며, 박 전회장 사후 감지 됐던 두산 가의 '화해모드'는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산그룹에서 뛰쳐나올 당시 일부에서 지적됐던 박 부회장의 경영능력 문제도 이번 성지건설 최대주주 복귀에서 만회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 되고 있다.
한편 박 부회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두산건설에서 상무이사로 재직했던 대표적인 건설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