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은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기존 2.5~3.5%에서 2~4%로 수정했다"며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넓혔다"고 풀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은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기존의 3%에서 변동이 없다"며 "단기적인 외부충격에 의해 ±1% 정도 벗어나는 것은 용인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중기물가 목표는 3%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이지, 2% 혹은 4%를 지향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언뜻 보면 같아보이는 이 수치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실제로 각 국별로 물가안정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영국이나 노르웨이의 경우 각각 2%와 2.5%의 단일수치로 제시하지만 상하 1%p를 기준으로 목표 이탈 여부를 판단한다.
캐나다(2±1%)나 스웨덴(2±1%), 칠레(3±1%)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뉴질랜드는 1~3%의 밴드로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한다.
한은의 신운 물가분석팀장은 "2~4%라는 것은 중기적으로 4%도 인정한단 얘기지만 3±1%라는 것은 중기 지향점이 3%라는 의미"라고 재차 강조했다 .
그리고 "2~4%로 표기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기존의 3% 목표가 변경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굳이 변동허용폭을 확대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3±0.5%였어도 일시적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이 범위를 넘어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수출, 환율, 유가 등 불가피한 대외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은 어쩌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일시적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당장 대책이 나오고 그것을 시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좀더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는 게 일차적인 대응이었다. 이는 변동폭이 늘어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물가안정목표를 높게 해 금리인상을 늦추려는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공격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성태 한은총재가 10월 금통위부터 갑작스레 온건하게 돌아선 데 대해 금리인상에 반대해 온 정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그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은의 한 관계자는 "물가안정 목표 설정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예전에 우리가 2.5~3.5%의 물가안정목표를 재정부에 제시했는데 3±0.5%로 하라는 답변이 온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가안정목표에 2자가 눈에 보이는 게 재정부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라는게 그의 해석이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의 밴드 제안을 한은에서 반대했다는 것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4자'가 보이는 게 못내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밴드로 설정할 경우 '4%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비록 일시적인 변수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물가목표의 상단이 4%로 올라간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물가목표제의 상단이 4% 이상인 나라는 인도네시아(4±1%)와 필리핀(4.5 ±1%) 정도다.
또 근원소비자물가 기준이기는 하지만 2000년 물가안정기준 이 2.5±1%였음을 감안하면 과거보다도 높은 수치라는 점도 눈에 걸린다 .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2~4%와 3±1%은 느낌의 차이일 뿐"이라며 "물가상단이 4%로 올랐는데 성장률 대비해서 적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GDP성장률 8대%로 단연 세계 1위를 기록할 전망인 중국도 우리보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점도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