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이연호 기자] 박종우(사진) 삼성전기 사장은 화합형 리더에 가깝다.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답지 않은 소탈함과 겸손함이 그의 이런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 박종우 사장의 '안항(雁行)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안항(雁行)'이란 본디 '기러기의 행렬'이란 뜻으로 기러기들의 V자 비행모습을 뜻한다. 기러기들은 V자를 그리며 겨울을 나기 위해 떼 지어 남쪽으로 날아간다. 각각의 기러기가 혼자서 날아가는 것보다 V대열을 이루며 날아가면 서로를 위해 상승 기류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기러기 각각의 날갯짓이 바로 뒤에 따라오는 다른 기러기에 상승기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무리 지어 날아갈 때 기러기들은 최소한 71% 더 많은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세계 3위의 종합전자부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공통의 지향점을 향해 2만명의 삼성전기 임직원들이 V자형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비전을 제시하는 화합형 리더 박종우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3전 4기끝에 중국의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유니캡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중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전기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M/S) 확대는 물론 원가절감, 거래처 다변화등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1차 고객인 삼성전자가 중국등에서의 생산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중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졌다. 중·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노키아, 모토로라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로의 거래처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유니캡 인수로 기대되는 효과다.
애초 지난해 중국 유니캡 인수를 발표하고 실사에 들어갔던 삼성전기는 재무실사 일정, 거래조건 및 인수가격 협의 지연등으로 3차례 인수가 연기되는 고초를 겪은 끝에 지난 7월말 인수계획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유니캡을 약 2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함으로써 M&A에 성공하게 됐다.
박 사장의 뚝심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확실한 먹을거리에 대해선 확고한 신념으로써 공기 저항을 많이 받아야 하는 V자 행렬의 맨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박 사장의 모습이다.
박 사장이 지난 1월 취임직후부터 강조한 것 중의 하나는 해외 지사의 현지화였다. 해외에 5개 생산 거점, 27개 판매 거점 및 연구개발(R&D)센터 등 한국 본사보다 더 큰 규모의 해외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기. 이 곳의 수장을 맡게 된 박 사장은 현지 법인의 인력은 현지 채용 인력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인력들이 중역 및 리더가 될 경우 현지 법인은 커뮤니케이션상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해외 채용 인력은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 및 비전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런 그의 생각은 지난 5월 국내 기업 최초의 한국어 생활관 설립을 이끌었다. 해외 지사 및 법인에서 선발된 핵심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집중 교육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경기 수원의 본사에 합숙시설을 마련한 것. 생활관 건립에는 박 사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또 수원 본사에 외국어(영어·일어·중국어) 생활관도 운영, 본사와 해외법인간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 업무처리의 속도도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에 따르면 박 사장 취임 후 공급망관리(SCM) 체계가 더욱 견고해 졌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변화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말 수원사업장에서 박 사장등 임직원들과 137개 협력사 대표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력회사 윈-윈(Win-Win) 활동대회'을 열었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을 강조하며 "협력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회성 지원보다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협력사와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견고히 하고, 생산을 비롯해 구매·납품·품질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정보를 상호 공유하기 위해 '생산 협업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내에 상생아카데미를 개설해 협력사 임직원들의 경영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사내의 화합뿐 아니라 협력사와의 소통까지 챙기는 박 사장의 포용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런 박 사장의 온화한 화합의 리더십은 호실적이라는 결과물로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불어닥친 글로벌 불황 여파로 1분기 적자전환의 고충 속에서도 4분기 연속 분기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삼성전기는 2분기에는 '매출·영업익' 모두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분기 사상 최초로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전 분기에 이어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세계 3위의 종합전자부품 기업이라는 꿈을 지척에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