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입장에서는 여간 불쾌한 말이 아니다. 자산운용만해도 운용자금 57조원 규모인 데다가 증권, 보험까지 어우른 종합금융그룹인 미래에 인물이 없다니, 부적당한 평가라고 당장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12년전 미래와 지금의 미래에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영구조나 운용의 측면, 핵심인물의 영향력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못느낀다며 걱정어린 지적을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현주 회장 1인중심의 창업세대에 기댄 채 운용의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며 "그것이 주는 한계와 비합리적인 구조를 알면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래에셋에서도 '한국 투자의 귀재, 박현주'라는 대표성을 앞에 내세워 여타 전문성(가) 구축은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박 회장은 그룹 전체의 경영업무만을 총괄할 뿐 운용에 개입하는 부분이 없다. 그러나 시장의 '체감'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시장은 그가 젊은 시절에 이뤘던 성공투자의 스토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박 회장에 대해 여전히 기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사이트펀드' 역시 이러한 예이다. 2007년 11월 출시 당시 박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돈 되는 곳에 투자하겠다"며 분산 투자에 대해 소개했고, 투자자들은 '박현주 펀드'에 한 달여 만에 4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위탁했다.
인사이트펀드는 올 11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25% 수준의 고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월 투자보고서를 통해 80% 이상 집중됐던 중국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30% 가량 축소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포트폴리오 변화는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이를 두고 시장은 "중국의 성장에 대한 박 회장의 확신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해석한다. 이렇듯 지금도 인사이트펀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전문운용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박현주의 직관'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투자자들은 박 회장를 믿는다.
◆ 성장통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룹차원에서는 박 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97년 미래에셋캐피탈 출범 이후 2000년 미래에셋증권 설립까지 단숨에 달려왔던 그의 추진력은 이제 해외사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룹의 성장통에 대해 중간진단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박 회장의 운용철학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권 행사가 아닌 그룹 촐괄책임자로서 기업의 성장모멘텀 제시와 신뢰 붕괴에 대한 박 회장의 처방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박현주 사단'으로 불리는 초창기 멤버들과 후발 주자 사이의 갭(GAP) 메우기는 내부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현안이라는 게 그룹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에는 계파가 없다"라는 말을 힘줘 말하곤 했다.
스스로 계파움직임이 강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려고 무척 애를 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바깥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분파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해도 한편에서는 '해바라기성 단일 계파'가 형성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적지않다. 박 회장만의 계파라는 꼬집음이다.
미래에셋의 한 관계자는 "조직이 커지는 과정에서 합류한 사람들도 그렇지만 임원들도 자기 위치에서 일사분란하기보다는 일단 박 회장의 의중을 확인 후 움직이게 되는 것도 없지 않다"며 "성장기의 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마련 등이 고민돼야 할 시점"이라고 고백한다.
설립 10년을 넘어서 해외사업과의 융합을 위한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그룹내 질서의 체계적 구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래라는 그룹은 박 회장이 움직이는 집단이고,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의 일부도 책임지고 있음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며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나서지 않는듯, 그러나 최고 경영자로서 그룹 안위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딜레마를 박 회장은 안고 있다.
◆ '투자의 귀재'에서 전략적 경영자로 이미지 부각 필요
미래에셋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단순한 하나의 기업에 대한 것을 뛰어넘는다.
한국의 펀드시장, 투자시장의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감당하려면 미래의 성장은 숙명이며 의무이다.
미래가 10년만에 위기를 맞이했다는 업계의 시각과 박 회장 판단의 일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는 자체가 박 회장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꿈은 한국 자본시장에 건강한 획을 그은 의미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라는 카네기의 말처럼 위기와 정체기로 일컬어지는 오늘날, 박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보여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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