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식경제부 주관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협력'이 정부와 경제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업계 일각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경부는 지난 27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참여해 7개 시스템반도체를 3년 내 공동으로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디지털TV 통합 수신칩을 비롯한 7개 과제 개발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정부가 195억원, 기업이 215억원을 투입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협력하기로 한 디지털 TV용 시스템 온 칩(SoC)의 경우, LG전자가 중소 팹리스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이것을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수탁생산(파운드리) 방식으로 이를 생산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지경부의 취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국내 반도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다. 성공할 경우 상용화 시점인 오는 2011년 이후 3년 동안 약 7000억원의 투자 유발 효과와 1만5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지경부는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의 3배 이상이지만 다품종 소량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제품설계 능력을 갖춘 인텔, 퀄컴 등 일부 외국 업체가 주도해 왔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추진 될 경우 우리나라가 잠재력이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명분이 좋다고 실리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협력의 한 축으로 올라와 있는 삼성전자는 단순생산에만 그칠 뿐 개발이나 제품 수요에선 빠져 있다.
삼성전자가 빠진 건 디지털 TV용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조달하고 있어 중소 팹리스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디지털 TV용 반도체 세계 3위 기업으로 시장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TV용 칩에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명히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충분히 검토가 안 돼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라며 "정부쪽에서 업계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고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게 아닌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측은 뭔가 방향이 맞는 것 같고 취지가 좋은 것 같으면 일단 추진하고 나서 기업들에 세부적으로 의논하면서 맞춰 보는 것을 요구하는 식"이라며 "전체적인 큰 틀에서 공감하는 것과 실제적인 조율을 통해 실리를 얻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반신반의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업계가 이처럼 지경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정책이 나왔지만 성과가 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이미 지난해 6월 반도체통합협회를 출범시키며 당시 세계시장 점유율 2%대에 불과했던 국산 시스템 반도체를 오는 2015년 10%까지 높이겠다며 4대 전략, 13개 추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단계별로 성과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적 산업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다양한 각 기업들이 과연 모두 이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라며 "정부의 성과내기식 단기 퍼포먼스에 지나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