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삼성은 변화의 시간을 보냈다. 현재도 삼성그룹 전반에 걸친 개혁의
바람은 거세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특검의 태풍을 겪으면서 삼성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경영쇄신이다.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50년 동안 이어져온 그룹의 경영 체제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게 주요 골자다.
그룹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삼성의 체질 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의 삼성'이 '효율과 창의의 삼성'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계열사의 독립경영체제를 출범하면서 실적면에서도 안정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름 석자가 곧 브랜드로 받아들여질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행보를 보여줬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다.
'이건희 홍위대'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삼성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전략기획실(옛 구조본)의 부재 또한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오너 부재, 3세 행보 이목
이런 맥락에서 재계 인사들 가운데는 이 전 회장의 삼성 총수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유력 정치인 몇몇은 "이 전 회장이 복귀해야 한다"며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총수 복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적으로 삼성이 단순한 사기업 이상의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복귀는 여론의 집단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계 복수의 관계자 전언이다. 이 때문일까. 변화를 주도할 삼성 오너가(家) 3세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 황태자로 삼성대권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물론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일거수일투족이 재계의 관심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강력한 추진력의 오너 경영이 그동안 삼성그룹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니겠느냐"면서 "이 전 회장의 퇴진을 불러온 문제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소된 만큼 본격적인 승계가 빠른 시간 내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 대권 1순위는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다. 삼성재판 상고심(지난 5월29일)에서 에버랜드 편법증여 의혹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아 이 전무의 에버랜드 지분율(25.10%)는 법적인 인정을 받게됐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이제 이 전무는 편법승계라는 족쇄를 풀고 총수에 못 올라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배력 이상의 경영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삼성 오너의 자리라는 점에서 이 전무의 총수 등극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해석도 높다. 좀더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전무는 19991년 삼성에 입사한 이후 이렇다할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적으로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e삼성’을 야심차게 진행했지만 쓰라린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후 적극적인 경영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일선퇴진 이후 이 전무의 경영행보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최근만하더라도 해외행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2월부터 40일간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3월 대만, 4월 일본을 거쳐, 지난 달에는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과 동유럽 루마니아를 방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를 털고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는 게 여론의 부담을 덜 느끼면서 성공적으로 그룹 승계를 마치는 길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단순한 재벌 이미지로는 그룹 대권 장악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 이부진 전무 주목
최근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소문들도 이 전무의 발걸음을 바쁘게 하는 분위기다. 이 전무의 이혼 이후 이부진 전무의 영향력이 호사가들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한동안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상무의 계열분리 얘기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맥락에서 선행과제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이부진 전무의 삼성대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입방아를 찧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 전무와 이부진 전무 라인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을 정도다.
사실 이부진 전무의 부상은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단적으로 이부진 전무가 지난 2007년 삼성석유화학 지분 131만여 주(33.19%)를 인수하면서 계열분리의 수순인지, 아니면 삼성대권을 향한 오너가의 복심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이 때문인지 올해 들어서도 호텔신라와 에버랜드의 외식사업 연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이부진의 경영 참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던 것이다. 현재 이부진 전무는 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구도라고 한다면 이부진 전무의 경영능력도 이 전무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단적으로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의 매출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단순한 숙박의 개념이 아닌 호텔의 복합공간이라는 공식을 쓴 것으로도 정평이 자자하다. 이부진 전무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정기임원 인사에서 이 전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승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이부진 남매경영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면서 "아무래도 삼성그룹의 오너 회장이 결정될 때까지는 이런저런 시나리오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