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며 전세계가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에 벌벌 떨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증권업계도 불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욱이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한 달 여 앞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바야흐로 2009년 새해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속에 수양과 모색이 절절히 요구되는 시기를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때인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와 불황 속에서 거품 해소의 과정에서 축소와 감량을 이겨내고 생존을 전략 삼아 재생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절이다.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전환의 시대! 증권업계는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또 그 전략은 무엇일까. 금융자본시장 최고뉴스 뉴스핌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지략을 찾아 보고자, 엄혹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배려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모색과 시장 창출의 사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증권업계의 현재를 담아봤다.《편집자주》
[뉴스핌 Newspim=홍승훈 김연순 기자]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9년 새해 증권업계의 화두는 '리스크관리'(Risk Management)다.
올 하반기 일부 증권사들이 리만 브라더스(Leman Brothers)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 대규모 손실을 본 데 이어 국내 자산가격 급락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자기자본(PI) 투자 손실 등 예상 밖의 부실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채권평가손실로 여간해서는 적자를 내지 않는 증권사들이 하반기 적자로 돌아서더니 지난 10월엔 무더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서 30여 년간 몸담고 있는 토러스투자증권의 손복조 사장은 "내년도 증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예기치 않는 손실을 보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증권사가 망하는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여하튼 실수를 많이 하는 곳은 초유의 대불황(Great Depression) 하에서는 더욱더 업계 내 경쟁구도에서 밀려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 증권 애널리스트가 선정한 최고의 리스크관리 증권사는?
대한민국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등이 보수경영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해왔다는 평가다.
하나대투증권의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은 리스크 회피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PI투자는 610억원으로 가장 낮은 편이고, PF관련 대출도 800억원 수준으로 무난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회사채나 은행채 비중도 낮고 ELS 또한 23% 가량을 자체 헤지(Hedge)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지영 애널리스트도 "삼성증권은 사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등을 고려하면 단기자금 압박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매우 적은 편"이라며 "PF대출이나 ELS발행잔고도 회사 자본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증권의 정보승 애널리스트는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채권 등의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한 대형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인 기조를 갖는 삼성증권이 내년도 가장 기대되는 증권사"라며 "향후 투자 여력이 많고 삼성그룹의 지원도 있어 시너지(Synergy)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또한 보수적인 경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분석이다.
하나의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대신증권은 PI투자가 1000억원을 상회하지만 주식은 68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채권이어서 위험이 크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이번 금융위기에 따른 위험 노출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측도 "모든 투자에 대해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한 지극히 보수적인 전략을 펴왔다"며 "보유채권은 대부분 만기가 짧은 통화안정증권과 국공채, 특수우량채 등 초우량 채권으로 구성돼 있고 국채선물을 이용한 헤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용해 왔다"고 답변했다.
다만 시너지를 구가할 계열사가 부재한 부분은 약점으로 지목됐다. 하이의 김지영 애널리스트는 "대신증권이 보수적으로 운영을 해와 나름 긍정적"이라면서도 "위기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여타 계열사들이 없어 위기를 겪을 경우 직접 돌파해야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는 자기매매를 통한 수익 등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PF에 대한 부담과 우리금융지주 전반의 위험으로 리스크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은행계열사가 갖고 있는 리스크요인을 지목했다.
◆ 보수경영 대표주자들 내심 '쾌재'
하지만 보수적 경영 스타일이 최선의 전략은 아닐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CEO는 "대개의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과도하게 헤지하는데 사실 수익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데서 댓가가 나오는 게 아니냐"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보수경영을 펴는 회사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최고의 회사가 되고자 한다면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은 2% 이상 부족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증권업계가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위탁수수료, 펀드판매 수수료, 상품운용 실적 악화 등 삼중고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보수적인 경영을 펼쳐온 증권사들이 주목을 받으며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수적으로 경영해온 덕분에 이번 금융위기에서 한발 비껴 갈 수 있었습니다. 리만발 채권에 다소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지난 호황기에 신중을 기해 지점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 위험에 대비해 감량경영을 하며 내실을 다져왔기에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최근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규모가 급증한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진국 부사장의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 올해 순익기준으로 증권업계 3위권에 올라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증권사 지점의 한 영업직원은 "저희 회사는 요즘 여의도에서 제일 잘나가는 증권사로 꼽힙니다. 기본적으로 장세나 경기가 불안하지만 이익규모가 급격히 개선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며 밝은 분위기를 전해왔다.
특히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해온 증권사들은 남들이 늘어난 몸집 때문에 버둥대며 하나 둘 지점을 정리해갈 때 이들이 버린 신흥 상권을 중심으로 신규 점포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임직원 임금삭감도 없어 상대적으로 직원들의 사기도 충천해 있다. 위기 속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어서 향후 이들 증권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