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 중 자금동원력에서 가장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던 데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까지 겹쳐 인수자금 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수 가격으로 알려진 6조4000억원 역시 과도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21일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이사회를 열었고 그 결과 매도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매도인의 권리에는 양해각서 내용의 해제 및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 몰취가 포함된다.
산은은 오는 22일 최종 결과를 공식발표할 예정이고, 한화그룹도 공식발표를 보고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법정공방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 등 관련 업계는 한화의 대우조선매각 인수가 애초 무리였다고 보고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부터 포스코(POSCO)-GS 컨소시엄에 비해 한화그룹은 자금동원력 등에서 뒤쳐진 것으로 평가됐다. 입찰서류 접수 마감일에 GS가 컨소시엄에서 갑자기 이탈하면서 한화는 어부지리로 낙점을 받았다는 얘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의욕을 내세웠지만 자금 마련은 쉽지 않았다.
당초 한화그룹은 보유한 1조~2조원의 현금유동성과 대한생명 주식, 부동산 매각 그리고 재무적투자자를 통한 조달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려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실물경기가 급속히 침체로 빠져들고, 신용경색이 확산됐다. 이에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격이 급락했고,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도 말을 바꿨다.
특히 신용평가회사들은 "과도한 차입으로 재무건전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또한 한화가 제시한 인수가격 6조4000억원도 과도했다는 평가다. 입찰이 이뤄졌던 지난해 10월말 당시 대우조선해양 주가 8000~9000원과 비교할 때 주당 무려 6배도 넘는 값이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선업황이 전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하락세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며 "한화가 인수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룹에 짐이 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증권사인 CLSA도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한화석화의 목표주가를 1만1500원에서 3300원으로 70% 이상 끌어내리고,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제시했다.
CLSA는 "인수자금 투입으로 현금보유고가 줄어들며 이자수입이 감소하고, 대우조선의 지분을 취득할 때 필요한 금융 수수료와 부채상환 부담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말로 예정됐던 본계약이 한달 연장된 후 한화는 자금마련 어려움을 이유로 인수대금 분할 납부, 대우조선 분할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산은에 건냈다. 하지만 산은은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