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온라인 경제통신사를 지향하는 뉴스핌은 막힌 돈줄을 풀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이 돌게하자'는 주제의 캠페인성 신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돈이 돌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화 및 재정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시장기능을 살려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와 시장이 힘을 합쳐야만 정책효과가 빠르고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핌은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번 신년기획의 제1부에서 '회사채시장을 살리자'에서 1년 가까이 마비상태에 빠져있는 회사채시장을 살릴 것을 제안합니다. 회사채시장이 살아서 기업들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2부는 '은행 자금중개 氣를 살려라', 3부는 '기업 상생경영으로 위기 넘자'입니다.
뉴스핌이 기획주관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돈이 돌게하자' 신년기획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기획·주관: 뉴스핌

후원: 금융위원회

[돈이 돌게하자] 1부 "회사채시장을 살리자"
3) 회사채 시장, 마비된 이유는?
지난해 9월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마비된 이유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때문이라고 다소 거칠지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미분양으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FP)이 부실 징후를 보이고, 최근 몇 년새 단기간 M&A를 통해 과도하게 몸집을 키운 일부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자금시장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한 점도 이유다.
하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회사채 시장을 냉각시킨 것이라고 보고있다.
◆ 회사채 시장에도 전성기가 있었다
10년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3투신'이라 불리던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 등은 채권형 펀드로 먹고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펀드에 편입된 채권은 대부분 회사채였다.
지난 1998년 공모 회사채 발행액은 58조4390억원으로 그후 10년여간 깨지지 않는 기록이됐다. 지난해 발행액 34조1123억원에 비해 약 2배에 이르는 시장이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재원과 운용자금을 마련하던 시절이었다.

공모 회사채 발행 추이
다만 당시 회사채는 대부분 은행 등 보증기관이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 보증채였다. 시가평가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장부가로 펀드에 들어갔다. 이에 채권형펀드는 은행의 정기예금을 비롯한 다른 재테크 상품에 비해 수익성이나 안전성에서 우위에 있었다.
당시 한 투신사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지금은 펀드하면 주식형펀드를 생각하지만 그때는 채권형펀드였다"며 "개인들의 자금이 채권형펀드를 통해 기업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갖춰졌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 같은 공식은 깨졌다. '대우채 사태'로 알려진 대로 대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자 펀드에 편입된 회사채도 환매를 할 수 없게됐다. 보증을 받았지만 은행과 보증기관도 같은 처지로 몰려 지급을 못하게 됐고, 결국 회사채의 아성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런 사건을 겪으며 투자자들은 채권 또는 채권형펀드도 위험하다라는 것을 깨닫게됐고, 한동안 채권을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됐다. 이후에도 채권시장에서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2003년 카드채 사태를 비롯한 대형 신용사건들이 불거졌다. 이 때마다 채권형펀드는 타격을 입으며 그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회사채 시장의 냉각은 채권형펀드가 투자자들한테 신뢰를 잃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회사채를 소화해줄 수 있는 채권형펀드 등 수요 기반이 무너지고 회복되지 않으면서 위기에 더 취약해지는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위기를 겪으면서 보완책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며 시장은 발전한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체계적인 신용분석 시스템 마련, 신용파생상품 등 위험헷지 수단을 만드는데 그간 더뎠다는 문제도 있다.
◆ 은행 대전이 남긴 후유증
회사채 시장 수요기반 위축 이유 중 또 하나는 자금시장이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돼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들이 지난 2005년 이후 3년간 소위 '은행 대전(大戰)'이라 불리는 자산확대경쟁을 벌인 것과 관련있다. 은행들이 이 시기 우량 중소기업에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자 중소기업의 대출금은 2005년 11조원에서 2006년 43조5000억원, 2007년 65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들은 또 대기업들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재원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이에 은행채 발행잔액은 2005년 4/4분기 120조원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 14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늘었다.

은행채 잔액 확대와 신용스프레드 확대 불일치
은행들의 자산확대경쟁은 기업자금수요를 뒷받침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 회사채 시장 잠식, 건설부동산 편중 성장, 자본시장 의존도 심화라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
우량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손쉽게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되자 회사채 시장을 외면하게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신용시장의 구조가 변동성에 보다 취약한 체질로 변모했다. 즉 국제적인 경기위축과 금융경색이 일어나면서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하게되자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형태가 된 것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의 비중 확대와 회사채 비중 축소에 대해 자금공급만 이뤄지면 되지 시장 사이에 경쟁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금융 선진국들이 회사채 시장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여러 번의 위기를 겪으며 금융시장 안정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