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위기국면에서는 기존의 틀과 인식을 뛰어넘는 대응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한은이 보기에 한국은 아직 극심한 위기국면 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신용경색 역시, 그간의 신자유주의 환경 아래서 무리하게 확장되어온 금융시스템이 강제로 위축되는 한국판 디레버리징의 양상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 글로벌 위기의 본질은 이미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것이다.
금리를 얼마만큼 더 내리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은과 은행간 핑퐁게임 할 때도 아니다. 한은과 은행은, 민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은행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한은이 적극 도와 주던지 만일 그것도 안되면 한은이 나서야 한다.
현재 민간의 상황이 신용공여를 못할 만 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면 할 말은 없다. 30년대 초 고전주의적 경제학자들과 중앙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기회에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그간의 과잉공급 능력을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차라리 솔직할 것이다. 일부 일리 있는 측면이 없지 않고, 이를 위해 옥석 가리기가 선행되어야 함을 우리 역시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민간 채권단과 재정정책의 몫이지, 거시 통화정책을 갖고 있는 한은이 강조할 바는 아니다. 물론 경제와 금융시장에 필요 이상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여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실물과 금융 공히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이다.
한은은 그동안 M2증가에 집중하면서 결제통화인 M1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을 등한시해 왔다. 여기에 리먼충격 이후 신용경색이 극심화되면서 실물의 부도위험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M2는 자산버블과 함께 급증해 왔으나 지금은 반대로 자산 버스트와 함께 빠른 둔화의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디레버리지 국면에서는 데이터상 M2의 둔화보다 실제 신용위축은 더 심할 수 있다.
요컨대, 금리를 내리든 양적완화를 하던 둘 다 하던 간에, 지금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완화정책이 요구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의 과잉 정책적 대응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차라리 낫다.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호미로 잡을 두더지를 가래로도 못 잡는 게임이 될 위험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소극적 대응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금통위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