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제안된 이번 긴급 정상회담은 별다른 준비가 된 것이 없지만, 세계 금융시장과 경기가 매우 취약해져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막대하다.
그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막대한 상처를 입으면서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답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
긴급한 '미봉책'이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은 잠시 환호했다가 이내 시들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위기의 확산과 실물 경제의 침체가 신흥시장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금융이나 경제 모두 통제 불가능한 '악순환의 반복'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깊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 긴급 정상회담은 지도자들이 금융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글로벌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또 앞으로도 선제적인 대응을 해나갈 수 있는 지, 그리고 그런 정책적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지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이 기회는 또한 위기이기도 하다. 글로벌 차원의 정책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실제 대응에서는 '동상이몽'이라는 것이 드러나거나, 아예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거나, 심지어 글로벌 시장과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유해한 조류를 만들어낸다거나 한다면 긴급 정상회담은 아니함만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G20 긴급 정상회담의 정치적 여건은 사실 매우 열악하다.
조지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만료가 두달 남아 깊은 레임덕에 빠진 상태이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차기 대통령은 아직 일선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조만간 의장국이 프랑스에서 체코공화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며, 일본 정부는 총선을 통한 정권 교체가 임박해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다. 이는 인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상황이나 정치적 입장 차이도 큰 편이다.
그 동안 미국과 유럽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 권고를 소 닭보듯이 한 채, 어려움에 빠진 신흥국에 대한 구제 금융 때만 강제하는 방편으로 사용해왔다. 위기의 발원이 미국과 유럽인 상황이지만 제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에 급급, 유동성 위기가 신흥국으로 파급될 때까지 선진국 간의 상호 유동성 지원만 앞세웠다. 정작 신흥국이 위기에 몰리게 되지 IMF의 긴급 구제 금융을 위한 재원도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어려운 여건을 넘어,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이 모두 참여하는 확대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세계는 지금 핵심국의 중심부에서 발생한 위기를 계기로 지난 수십년간 진행된 금융 호황의 끝을 보고 있다. 위기는 진행형이고 실물 경제로 파급되어 가고 있다. 이 나선형으로 발전되어 가는 위기의 경로를 차단하고 새로운 질서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