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실적발표를 한 곳들 중에선 KB금융의 주력자회사인 국민은행이 다른 경쟁은행들보다 올들어 부실채권 상각규모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가장 컸다. 특히 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7배나 늘어나는 등 대손비용 확대가 두드러졌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태산LCD에 물려 충당금 전입액은 무려 3.54배나 급증했다.
은행들의 대규모 상각에도 불구하고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는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으로 악화되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도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부실채권 상각 및 대손비용 급증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3/4분기 2191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했고 매 분기마다 2000여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하고 있다.
올들어 3/4분기까지 모두 6579억원을 상각처리했고 이는 국민은행이 한 분기에 벌어들이는 수익과 맞먹는 규모다.
경쟁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올들어 3분기까지 2560억원을 상각했다.
신한은행이 신한지주 산하에 카드가 별도로 있는 만큼 국민은행도 카드부문을 제외한 상각금액을 따져 보더라도 3분기에만 1277억원, 3분기까지 누적 상각액은 40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의 상각규모는 4183억원이다.
게다가 대손비용도 만만치 않다. 올들어 3/4분기까지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48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전입액인 3135억원의 2.7배(5353억 증가)나 많아졌다.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꾸준히 대규모 상각을 한 덕택에 올 3/4분기 총 연체율은 0.68%로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전 분기의 0.57%보다는 0.11%포인트 올라갔고 특히 기업부문 연체율은 같은 기간 0.45%에서 0.65%로 0.2%포인트 악화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3%에서 0.87%로 0.14%포인트 올랐다. 총연체율은 0.67%에서 0.69%로 다소 악화됐으나 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 연체율은 1.05%에서 1.27%로 0.22%포인트나 나빠졌다.
신한은행 역시 올 3/4분기에만 156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함으로써 3분기까지 처리했던 2560억원의 절반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했다.
특히 지난해 3/4분기엔 470억원을 상각처리하고, 3/4분기까지의 누적액도 1520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3개 분기동안 상각했던 금액을 올해는 한 분기에 모두 상각한 것이다.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지난해 3/4분기까지 2076억원이었지만 올해들어선 2.1배에 달하는 4349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은 것이다.
하나은행은 태산LCD관련 대손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1991억원에 불과했던 충당금전입액은 올해들어서 무려 7062억원에 달했다. 3.54배나 늘어난 규모다.
부실채권 상각도 지난해 3/4분기엔 292억원, 누적으로도 851억원 뿐이었지만 올해는 각각 683억원, 1770억원이나 된다.
연체율도 이들 은행중 가장 높은 0.88%로 전 분기의 0.71%보다 0.17%포인트 나빠졌다. 중소기업부문 연체율은 1.17%에서 1.60%로 0.43%포인트 급상승했고 기업대출도 0.82%에서 1.07%로 올라섰다.
◆ 건설사 등 실물전이, 앞으로도 건전성 개선 장담 못해
이들 은행들은 대규모로 부실채권을 상각하면서 총연체율 등의 지표상으로는 급격한 악화를 그나마 막아놨다. 그러나 충당금 전입액이 두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손비용 급증으로 손익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같은 추세는 금융경색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향후 자산건전성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등 더욱 심화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은갑 NH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C&그룹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건설사 등의 부도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3/4분기 실적발표에는 이런 점들이 반영이 안됐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11.3 정부대책으로 실물위기 확산의 폭은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은행의 건전성도 상당기간 안 좋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특정기업이 워크아웃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하게 되는 경우 대개 요주의여신으로 분류하고, 담보가 있는 여신에 대해선 고정여신으로 분류하는 등으로 건전성 지표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건설사 역시 부도가 현실화되면 직접 대출이 이뤄진 부분은 부실화되고 PF대출의 경우엔 건설사가 차주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대출 부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보증을 선 건설사가 망가지면 새로운 보증기업을 찾아야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선뜻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꺼려해 보통 이를 해결하는데 2~3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관련 익스포져는 요주의나 고정여신으로 분류된다.
대형은행 한 리스크관리 담당자도 "내수가 회복되고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건전성이 좋아지기 힘들다"며 "열쇠는 중소기업과 소호에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