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렸지만 은행들이 과거 기준금리 인하 때와 달리 예금금리 인하 폭을 놓고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폭은 파격적이리만큼 컸지만 과연 시중금리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를 놓고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것이 선뜻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향후 원화유동성 확보가 원활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75%나 내렸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예금금리 인하여부를 포함해 인하폭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과거 기준금리 인하 혹은 인상 때 은행들이 즉각적으로 예금금리 조정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번 기준금리 인하 때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10월9일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오히려 예금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0.75%포인트나 내린 것이었으나 반응은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금통위 발표 직후 예금금리를 즉각 내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1년짜리 정기예금 영업점장 전결금리 인하폭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6개월제 역시 0.3%포인트 내렸고 1개월짜리만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0.75%포인트 내린 것이다.
초단기물에 대해서만 대폭의 금리인하를 한 것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내렸으니 단기 상품 금리는 내려보겠지만 중장기는 시장금리 추이를 더 지켜보면서 하자는 쪽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우리은행은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시장금리 동향에 따라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이 1개월짜리 단기금리여서 이를 내리고 1년 정기예금 등은 은행채 금리 등을 보고 추가 인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도 그 폭만큼 내려갔기 때문에 예금금리 조정도 그 수준에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판"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다른 은행들도 기준금리가 큰폭으로 인하됐으니 예금금리도 내리는 쪽으로 분위기는 가겠지만 이 역시 현재 시중금리 움직임을 감안할 때 장담할 수 없고 인하 폭 역시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하나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곧바로 주요 관계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지만 오전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도 검토를 하되 시중금리 추이를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도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한은이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시장금리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또 이러다가 내일은 어떻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일정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예금금리 인하)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국고채 지표는 급락했지만 은행채 시장은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어느정도일지 가늠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금금리를 내리는 경우 원화유동성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여부도 신중히 검토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