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에…현대車 비리에…낙하산 때문에
나종규 사장이 1년여의 임기를 남겨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계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내정되면서 산은캐피탈의 CEO자리가 바늘방석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1999년 한국기술금융과 산업리스를 합쳐 산은캐피탈로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이종각 초대대표 포함 총 5명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하지만 통상 3년인 임기를 채운 사람은 없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실적악화에 책임져야 하니까”, “현대차 비리에 연관돼서” 등 이유도 많았는데 이번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에게 내줘야 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추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했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특수성 탓에, 산업은행 출신들이 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현대증권 노치용 부사장이 내정됐다.
일각에서는 “회사대표가 비전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중간에 물러나면 회사에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캐피탈사 고위 임원 A씨)는 비판도 있다.
◆ 실적 악화에 3명 ‘아웃’
산은캐피탈 대표들의 중도하차는 99년 합병 법인이 출범한 이래 단 한차례도 빼놓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과거 수년 동안 있었던 리스업계 불황에 따른 경영부실책임.
99년 산은캐피탈 초대 대표를 맡았던 이종각 대표가 임기 1년 정도를 남겨놓고 2000년 사임할 당시 “후배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합병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실적에 대한 책임이 실제이유였다는 게 산은캐피탈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톤을 이어받은 김재실 대표도 임기를 몇 개월을 앞둔 2003년 3월 사임했다. 주가하락과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당시 3자 매각이냐 증자를 통한 독자생존이냐 청산이냐는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2002년회계년도(2002년4월~2003년3월)는 2770억원 적자였다.
김재실 대표의 사임으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 2003년6월 취임한 주운하 대표도 1년여만에 사임했다.
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산은캐피탈의 회생에 기틀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현대차 비리 재판에 낙하산까지
힘든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적인 재기를 이뤄가던 중 주운하 대표 후임으로 선임된 이성근 대표가 현대차 비리연루와 관련된 재판으로 직무수행을 못하면서 또다시 중도에 물러나야 했다.
이 대표가 취임(2004년 6월)한 이후에는 해마다 순이익이 100% 이상 늘어나는 흑자경영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곧이어 선임된(2006년7월) 나종규 대표도 1년여의 임기를 남긴 채 현정권의 ‘측근 인사’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대주주가 산업은행이고 산업은행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구조로 인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캐피탈은 지난 6월말(1분기) 현재 자산규모가 4조원으로 성장한, 캐피탈업계의 선두주자로 평가 받는 기업이다.
언제쯤이나 이 같은 금융사의 수장이 명예롭게 임기를 다 마칠 날이 올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