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는 지난 2004년 6월 개원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안정적인 과반의석을 확보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았다. 더욱이 17대 국회는 전체 의원의 62.5%를 초선이 차지했을 정도로 정치권에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여의도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그 만큼 컸던 셈이다.
실제로 17대 국회는 출범 초기에는 구태를 털어내려는 적극적인 정치개혁과 함께 생산적인 국회상 정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4대 개혁입법 등을 놓고 개원초기부터 여야의 입장은 삐걱거리기 일쑤이었다. 얼마되지 않아 여야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지루한 대치국면이 지속됐다.
날이 갈수록 진보와 보수의 골이 깊어 지면서 벌어진 이념적 논쟁은 국민을 두패로 갈라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시켰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허약해진 우리경제가 원기를 회복하는데 꼭 필요한 처방전인 민생법안 처리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비생산적인 행태의 연속이었다.
일 하는 여의도의 기치를 내걸었던 17대 국회는 모두 26차례 회기에 개원일수 943일, 본회의 개최일수는 179일이 고작이었다. 의원발의의 법안은 모두 6천38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해 외견상 일하는 국회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실적이다. 그러나 의원입법안의 본회의 가결률은 21.2%(1천351건)에 불과했다. 지난 5대 국회의 18%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속빈 강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4대 개혁입법 등 여야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인 법안을 상정할때는 단상점거와 의원간 물리적 충돌, 심지어는 회의장을 쇠사슬로 묶어 봉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절단기로 이를 자르고 진입하는 ‘꼴불견 행태’를 보였던게 17대 국회이다. 이념과 이해가 맞지 않을 경우 극한 대립을 서슴지 않았던게 또한 17대 국회이었다.
30일 개원하는 18대 국회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상이 무엇인지, 바람직한 국회상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알 것이다.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심중에 담고 있을 것이다. 자고나면 오르는 국제원자재값, 물가불안, 금융시장 불안, 일자리 창출 부진, 성장동력둔화 등에 대한 대책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는 일이 18대 국회의 현안이다.
18대 국회는 이념의 대결,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갈등의 골을 깊게 파서는 안된다. 정말로 일하는 국회, 다시말해 ‘실용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아마도 17대 국회에서 미뤄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처리는 실용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미FTA는 참여정부가 큰 치적중 하나로 꼽았던 현안이 아니었던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여야의 입장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18대 국회가 달라질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일찍 접을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권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아 17대 국회는 결국 파행 속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18대 국회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며 오는 6월 5일 오전 10시 개원 국회를 소집, 의장단을 선출한 뒤 오후 2시 개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