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장수비결은 국내기업은 물론 세계일류기업들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학계가 연구대상으로 삼아 경쟁력의 원천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든 학계이든 삼성의 장수비결에 대한 공통점은 ‘관리와 기술’을 꼽는다.
실제 삼성의 기업사를 보면 관리와 기술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었다는 판단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은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하며 상업자본의 산업자본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경제는 자본, 기술, 인력 등 경영요소중 제대로 갖춘게 하나도 없었다. 제조업 진출은 그야말로 불속에 뛰어드는 무모한 객기일 뿐 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은 이런 도전을 감행했고 성공했다. 그 바탕은 공채를 통한 우수한 인재확보와 그 인재를 중심으로 관리와 기술에 경영력을 집중한 결과이다. 창업초기부터 1960대 초반까지도 대부분의 기업은 관리와 기술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예컨대 기업회계는 일제시대의 관행을 그대로 따랐고 원가와 비용, 이익개념도 주먹구구식에 그쳤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운좋게 맞아 떨어져 ‘떼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할지에 대해 분명한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에 대해 확실한 청사진을 세워 자금관리를 실시했다. 제조원가와 비용의 경우에도 공장설립때부터 철저하게 도입했다. 공기를 단축하고 공장을 대규모 단지로 조성해 제품생산의 모든 공정을 일관생산체제를 갖췄다. 각 공정별로 공장이 흩어져 있는게 일반적이던 당시의 생산체제와는 전혀 다른 복합생산체제로 세계기업사에도 보기드문 시도이었다.
오늘날 삼성의 위상정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제일모직이 대구공장에 원료가공, 직기, 염색시설까지 직물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건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부품공장을 함께 건설해 복합단지로 구축한 것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이후 해외진출때도 삼성은 예외없이 대규모 단지에 제품생산에 필요한 각 공정별 시설을 설치,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거둬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삼성이 자랑하는 ‘관리’의 좋은 본보기에 해당한다.
관리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창업초기부터 기술을 중시했다. 제조업의 첫 진출사업인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의 공장건설에 착수하면서 곧바로 해외제휴사에 인력을 보내 먼저 기술습득을 도모했다. 합작투자에 기술제공과 기술인력 교육을 최우선 요건으로 삼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결과로 삼성은 진출사업에 대한 독자기술 확보가 매우 빨랐고 독자기술개발이 일찍부터 가능했던 것이다. 기술개발이 사업성패를 가름하는 전자사업에 진출해 단기간내 시장진입에 성공하고 삼성전자가 일본최고의 소니사를 누르고 세계 2위의 전자업체로 받돋움 할 수 있었던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을 중시한 기업문화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현재 삼성의 최고경영인(CEO)들이 가장 중요하게 챙기는 사람(인사)과 특허(기술)는 창업초기부터 현성된 관리와 기술의 기업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이제‘고희’를 맞은 삼성이 100백년의 ‘백수(白壽)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새로운 관심사이다. 세계초일류기업의 자리를 지켜 세계기업사를 다시 쓰느냐도 지켜볼 만 한 일이다. 백수기업, 세계초일류기업의 위상은 삼성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의 앞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삼성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총매출은 2006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GDP)의 20%, 상장사의 시가총액 19%, 수출비중 2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인원 25만명에 연간 법인세 납부액이 삼성전자만해도 9조원이 넘는다. 삼성이 흔들리면 우리경제 전체가 몸살에 걸릴 가능성마져 높다.
최근 우리경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원재값 폭등, 환율불안정 등 경제환경이 너무 나쁘다. 내부적으로도 소비부진, 기업투자의욕저하, 일자리 부족, 외국인투자부진 등 성장엔진이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게 별로 없다.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삼성은 삼성특검에 걸려 경영동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의 엔진에 점화가 늦어지는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창업 70년을 맞은 삼성은 이미 100년 백수기업을 목표한 성장플랜을 세워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대내외적 여건은 성장플랜을 계획대로 추진하기에 녹녹하지 않다. 삼성특검은 당장 올해 경영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주고 있다.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실시하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전략기획실을 통한 중앙집권적인 경영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삼성은 그런 경영방식을 오래전에 버렸다. 그동안 삼성이 추구해 온 각 계열사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전제로 성장전략을 짤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이다. 삼성이 백수기업으로 살아 남고 세계초일기업의 위상정립을 위해서는 기업성장의 보도(寶刀)로 삼았던 관리와 기술에 개혁과 변신이 불가피한 셈이다. 창업 7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하는 삼성에 대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