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리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을 서두르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구사주 문제를 확실히 짚은 후 매각돼야 한다는 산업은행의 입장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관련 은행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지난 2006년 5월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줄곧 매각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회생되면 주인을 찾아주는게 원칙이라는 입장에서 현대건설 매각도 하루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옛 주인인 범 현대가의 책임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은 후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매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보통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 채권은행 즉 주주협의회 의사결정은 75%의 동의를 얻으면 의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경우 워크아웃 졸업 당시 외환은행(매각제한분 기준 12.42%) 산업은행(11.17%) 우리은행(10.62%) 세 개 은행 모두 합의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우리은행도 삼자합의 원칙에 동의함으로써 산업은행 의견에 동조했었다.
결국 산업은행이 반대하면 현대건설 매각은 성사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은행은 여전히 산업은행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듯한 행보들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주엔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현대건설 매각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이 예정됐으나 김창록 총재의 불참의사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주에 회동을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실무자들 사이에서만 논의가 오갔던 현대건설 매각건이 고위층들의 논의 가능성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한 분위기에 "우리은행이 새정부 출범 이후 현대건설 매각의 헤게모니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새정부에 대한 코드맞추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 되찾기는 범현대가의 숙원이라고 할 정도로 현대가로서는 의미있는 사업체이다. 게다가 현대가 출신이자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당선인의 애틋함(?)도 남다를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박행장의 행보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최근 우리금융의 지난해 결산 결과 우리은행은 서브프라임 관련 CDO 채권에 투자했다가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우리은행이 1조7770억원, 우리금융 2조270억원의 순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LG카드 5070억원, SK네트웍스(우선주) 200억원 등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이라는 특별이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올해는 마땅히 특별이익으로 챙길만한 것들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불투명해 과거처럼 대규모 이익을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로 취임 2년을 맞는 박해춘 행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이익극대화를 위한 승부수로 연내에 현대건설 매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작년 서브프라임 손실이야 전임 행장의 행적으로 묻힐 수 있겠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박 행장으로선 현대건설 매각을 통해 특별이익을 챙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회사를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에 매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