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투기적 매수세 마저 포착되면서 100달러 진입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2월 인도분은 전주말 종가대비 2센트 하락한 배럴당 95.98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3센트 떨어진 배럴당 93.8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WTI는 장중 97.79달러까지 급등했다.
파키스탄 전 총리인 부토가 폭탄테러로 사망해 지정학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원유재고가 6주 연속 감소해 5년래 평균치를 하회했다. 터키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반군을 공습한 것도 국제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위험회피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금은 한달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은 전주대비 3.3% 급증해 현물값이 트로이 온스 당 837.45달러를 나타냈고, 백금값은 전주대비 0.9% 올라 온스 당 154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구리와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철폐가 올해 1월 1일 부터 시행함에 따라 비금속값이 급등할 전망이다.
지난 금요일 기준으로 런던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거래된 구리값은 지난 전주대비 0.6% 오른 톤당 6830달러를 기록했고, 3개월물 알루미늄은 0.4% 증가한 톤당 2419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 '디커플링'과 예측 불가능성.. '08년 평균 80달러 상회 예상
그 동안 국제유가는 전세계 생산량의 1/4을 소비하는 미국의 수요에 좌우됐다. 하지만 최근 몇개월 간 유가는 미국의 경기와는 탈동조화된(decoupled)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내년 경기침체로 빠진다고 해도 세계 원유소비량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로 아시아와 중동의 수요 때문이며, 이로 인해 내년 수급우려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유가가 올해 8월 배럴당 68달러선에서 11월 98달러를 넘어 상승했던 비이성적 불확실성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일례로 패티 바이럴(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석이콘은 "올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며, 살얼음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라며, "세계 석유 생산 여력이 워낙 얇다보니 어떤 요인이라도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실 작년 이맘때 산유국 정부나 금융시장 누구도 올해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가가 작년과 비교해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가는 전례없는 고공 행진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중순 배럴당 50달러 이하였던 국제유가는 11월에 98.18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내년 유가가 올해 평균인 배럴당 71.89달러보다 높은 80달러 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리비아는 자체 예산전망에 기초해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기준 국제유가를 평균 75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리만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전문가는 시장 자체의 불확실성이 유가 상승 배경이 되고 있다며 배럴당 84달러 전망을 내놓았다.
◆ 저평가 요소 고려한 OPEC의 예측이 가장 정확
최근에는 시장을 워낙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전문가들은 몇 주 단위로 가격전망치를 재조정하고 있는데,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골드만삭스는 한달 전 내년 국제유가 평균가를 배럴당 85달러로 전망했으나 최근에는 내년 원유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신호와 유가 강세 조짐 속에 배럴당 95달러로 크게 상향 수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내년에 유가가 거의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것을 함의한다.
물론 시장전문가들의 지난 7년간의 유가 상승세 동안 제대로 가격 상승세를 맞추지 못했다. 종종 유가 상승을 이끈 요소들을 과소 평가하는 실수를 범했다.
최근 독일 롤란트 베르거(Roland Berger) 전략 컨설턴트사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7년간의 유가 전망의 기초 가정을 살펴 본 별과 IEA 연간 보고서는 유가 상승 요인들을 27% 정도 과소평가했으며, 미국 에너지부도 22% 정도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우디아리비아와 같은 대형 산유국의 전망이 가장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예산의 90%가 오일달러로 채워지며, 연간 재정수입 전망을 내놓을 때 약 30%나 저평가하여 상당히 여유를 두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조정 폭을 고려해 재계산하면 사우디 정부는 1999년 이래 국제유가를 약 12% 낮은 수준에서 예측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주 사우디 정부는 2008년 잠정예산을 배럴당 45달러 평균유가 전망에 기초해서 산정했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저평가 마진을 감안할 경우 사우디는 2008년 평균 유가를 배럴당 68달러로 잡은 것이며, 이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75달러 수준을 의미한다.
사우디의 과거 예측 오차를 고려할 경우 국제유가는 평균 85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도출되는 셈이다.












